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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참게 그물' 죄다 떠내려갔다…"늑장 예보에 조업 망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두지리 선착장. 밤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강물은 평소보다 수위가 2m가량 높아져 있었다. 강가에는 떠밀려 온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불어난 황톳빛 강물이 넘실대며 흐르고 있었다. 강가에는 0.7∼1t급 소형어선 7척이 정박해 있었지만, 배 위엔 그물이나 어망 등 어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참게 철을 맞아 강 위에 빼곡히 떠 있어야 할 그물을 설치한 자리에 표식으로 띄워뒀던 노란색, 흰색의 부표 수십 개도 흔적이 없었다.

장석우(58) 북파주어촌계 파평선단장은 "밤사이 갑자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참게를 잡기 위해 강에 설치해뒀던 통발 450개가 불어난 강물에 모두 떠내려가는 바람에 10월 한 달 동안 피크 철을 맞은 참게 조업을 완전히 망치게 됐다"며 "쏘가리 등을 잡는 각망 3개도 모두 떠내려갔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1000여만원을 들여 새 어구를 주문 제작하고 다시 강에 설치하려면 1개월이 걸리는데 그사이 참게 철은 끝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두지리 선착장. 밤 사이 내린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참게 잡이 어구가 모두 떠려내간 임진강에서 한 어민이 황톳빛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전익진 기자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두지리 선착장. 밤 사이 내린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참게 잡이 어구가 모두 떠려내간 임진강에서 한 어민이 황톳빛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전익진 기자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참게 잡이 어구 모조리 유실  

4일 파주시와 어민 등에 따르면 파주시 임진강에서는 지난 3일 밤 몇 시간 동안 기습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어선 92척을 운용 중인 100여명 어부가 강에 설치한 어구와 어망이 모두 유실되는 피해를 봤다. 임진강 상류인 연천 지역 어민 50여명도 같은 피해를 당했다.

이와 관련, 어민들은 늑장 기상예보로 인한 인재(人災)로 인해 참게 철 조업을 완전히 망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석진(59) 파주어촌계장은 “지난 3일 오후 8시 10분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불과 50분만인 오후 9시 호우경보가 잇따라 발효됐다”며 “호우경보 발효 시각부터 불과 3시간 동안 44.6㎜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미처 강에서 어구를 끌어낼 시간도 없이 100여 명 어부의 그물이 모두 떠내려가 수억 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밤 파주시 임진강 어민이 받은 재난 문자.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밤 파주시 임진강 어민이 받은 재난 문자. 전익진 기자

“늑장 기상예보로 인한 인재(人災)로 참게 철 조업 망쳤다”

그는 집중호우가 한창 쏟아지던 지난 3일 오후 9시 24분 받은 재난 문자를 보여주면서 “아무 소용없는 뒷북 재난 문자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재난 문자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어선, 어망, 어구, 양식장 등 수산시설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해주시고, 안전사고 및 재난예방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돼 있었다. 어민들은 “최소한 하루 전에는 기상예보와 재난문자가 통보돼야만 강에서 그물을 걷어낼 수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지난 3일 밤 파주시 임진강 어민이 받은 재난 문자.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밤 파주시 임진강 어민이 받은 재난 문자. 전익진 기자

어민들은 “가뜩이나 긴 장마로 인해 예년보다 보름이나 늦은 지난달 말부터 참게 조업에 나서, 저마다 허가받은 총량 범위 내에서 모든 그물을 쳐둔 상황이었는데, 모두 유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 소득의 40% 정도를 가을철 참게잡이로 올리는데, 올해 참게잡이는 고스란히 망치게 생겼다”며 정부 당국의 저리 융자 등 지원대책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 2일 오후 ‘4일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많은 곳은 12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개천절인 3일에는 중부지방과 전북 북부, 경북 북부 등을 중심으로 비가 내린다’고 기상 예보를 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잡힌 참게. 전익진 기자

지난 2020년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잡힌 참게. 전익진 기자

임진강 참게는 조선 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  

임진강 참게는 통상 5월 초 서해에서 임진강을 따라 한탄강까지 올라간 뒤 9월 초순~11월 중순 서해 어귀로 돌아간다. 산란과 월동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화도 인근 서해 앞바다로 향한다. 임진강 참게는 살이 통통하고 부드러운 데다 담백한 맛과 특유의 향이 일품이다. 예부터 맛으로 정평이 나 조선 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도 유명하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7개 도 71개 고을에서 참게가 나는데 임진강이 가장 많이 나고 맛도 좋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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