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더 뛰면…대기업 절반, 돈벌어 이자도 못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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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기자 최은경 기자

3일 서울시내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국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오르면 제조 대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8∼18일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 사정 인식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는 평균 2.6%였다.

또 기준금리 임계치가 2.25% 이하 기업 비율은 37.0%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이 현재의 기준금리(2.5%) 아래에서 영업이익으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경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이 다음 주 기준금리를 2.75%로 올리면 대기업 절반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취약 기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3.0%가 되면 취약기업 수는 10곳 중 6곳(59.0%)으로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응답 기업들은 이러한 인상 기조에도 기준금리가 올 연말과 내년에 각각 3.0%, 3.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금융비용 영향을 묻는 말에는 응답 기업들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금융비용이 평균 2.0% 증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답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를 꼽았다. 은행 대출금리 인상 등 금리 영향이 4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23.0%), 환율 상승(17.0%) 등의 순이었다.

악화하는 자금 사정과 달리 응답 기업 37.0%는 올해 연말까지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는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4.7%)와 경제주체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금리 인상(20.7%) 등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데다 제2금융권 대출도 느는 등 최근의 상담 현황만 봐도 상당수 기업이 유동성 압박에 직면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만큼 비상장사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