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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매캐한 냄새…현대아울렛 화재 일주일째, 원인은 아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전 7시45분 대전시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주차장 입구엔 경찰이 설치한 ‘수사중 출입금지’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보였다. 지상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자동차 통로에는 검은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재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건물 주변에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통제 중인 경찰관과 보안업체 직원들은 “마스크를 써도 바람에 따라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오전 지하 주차장 입구에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오전 지하 주차장 입구에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화재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아울렛 지상 주차장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는 보이지 않았다. 합동분향소는 유성구와 현대아울렛이 협의, 치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합동분향소 철거…1명은 아직 장례 못 치러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복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언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아울렛 뒤편 호텔에선 직원들이 나와 1층 로비 바닥을 청소하는 등 정리작업에 분주했다.

화재 사고로 숨진 7명 가운데 지난 1일까지 6명이 발인을 마치고 1명만 남은 상태다. 유족은 회사(현대백화점) 측과 합의 조건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와 현대백화점은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지상주차장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가 철거돼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지상주차장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가 철거돼 있다. 신진호 기자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핵심인 화재 원인을 찾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화재 사흘째인 지난달 28일 오후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당시 경찰은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배연설비 등 각종 소방설비, 화재·지진 등 안전관리(직원 훈련·교육) 자료, 폐쇄회로TV(CCTV) 영상, 방재실(시설팀) 전산 서버 등을 확보했다.

경찰, 화재원인·발화지점 확인 수사력 집중

대전경찰청은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을 추정되는 지하 1층 하역장 주변에 서 있던 1t 화물차(탑차)에 대한 정밀 감식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다. 하역장 부근 CCTV 영상에는 물류기사가 물건을 내려 이동한 뒤 화물차 조수석 오른쪽 뒤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감식 결과가 나오는 데는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경찰은 전망하고 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협력업체 직원들이 나와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일 협력업체 직원들이 나와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현대아울렛 관계자 소환, 소방설비 작동 확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2차 합동 감식 결과 지하 1층 주차장 스프링클러는 화염으로 녹아내린 상태라 정상 작동 여부는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다. 작동 여부를 방재실에서 자동으로 기록(로그인)하는 만큼 언제 작동했는지, 정상 작동했는지 등은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경찰은 전망하고 있다. 소화전은 전산 자료와 함께 상수도(계량기)를 검침하면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한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8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한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규명할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 데다 정밀감식 등의 과정이 필요해 원인 규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안부, 유성구·유성소방서 대상 긴급 조사

이번 사고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8~29일 유성구와 유성소방서를 상대로 현대아울렛의 관리·감독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더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지난달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더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점검 결과 현대아울렛은 대규모 시설(지하층)인데도 연기·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내는 제연시설이 일부에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연설비 설치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유성구는 지난해 12월 현대아울렛 대전점 안전점검에서 ‘소화펌프의 정기적인 가동·점검 관리가 필요하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대전노동청, 시설·방재담당 하청업체 점검

대전지방노동청은 현대아울렛 시설 관리와 방재 업무를 맡았던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화재로 숨진 7명 가운데 2명과 의식불명에 빠진 1명이 이 업체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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