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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 울린뒤 불꽃 치솟아...현대 아울렛 발화지점 어디

중앙일보

입력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와 관련,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이 경찰이 추정한 화물트럭 주변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나와서다.

26일 오전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26일 오전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30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소방본부, 현대 아울렛 등에 따르면 화재 당일인 26일 오후 경찰은 최초 화재가 발생한 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하역장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했다.

하역장 트럭 조수석 뒤편에서 갑자기 불꽃 

영상에서는 26일 오전 7시39분쯤 하역장에서 물류기사 A씨가 1t 화물차(탑차)에서 물건을 내린 뒤 손수레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A씨가 영상에서 사라지고 10초쯤 뒤에 화물차 조수석 쪽 뒤편에서 붉은색 불꽃이 갑자기 치솟는다. 소방당국이 발표한 화재 발생 시간은 오전 7시45분으로 CCTV 영상 속 시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8일 오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한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한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은 화물차 주변을 최초 발화지점을 추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28일 합동감식반은 지하 1층에서 화물차를 끌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정밀 감식 결과는 2주쯤 걸릴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한 화물차 머플러(배기구) 관련 화재 가능성은 작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배기구 온도가 손으로 만져도 될 정도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물류기사 물건 내릴 당시 이미 화재경보기 작동

일부에서는 다른 곳에서 이미 화재가 발생한 뒤 화물차 부근으로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물건을 내릴 당시 이미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었다. 화재경보기는 연기, 스프링클러는 열(72도 이상)에 반응하는 데 당시는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고 경보기만 울리는 상황이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대전경찰청 김항수 과학수사대장이 감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대전경찰청 김항수 과학수사대장이 감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당 영상을 본 과학수사 경찰관은 “종이나 비닐 등으로는 이번처럼 급속하게 확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휘발성이 강한 인화물질이나 기계적(전기)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 발화 지점이 화물차 부근이 아니라 다른 곳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학수사 경찰관 "다른 곳에서 먼저 불났을 가능성도" 

또 다른 경찰관과 화재조사 소방관은 A씨가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으로 판단, 평소처럼 일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고 당시 현대아울렛 2층 입점 업체에 물건을 배달한 A씨는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가 화를 피하지 못했다. 그는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오전 10시38분쯤 하역장 부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건물 흡연구역 부근에 놓인 소화기. 신진호 기자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건물 흡연구역 부근에 놓인 소화기.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불길이 번졌다는 걸 알았다면 A씨가 2층에서 다시 지하로 내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생 지점은 정밀 감식과 CCTV 영상 분석을 통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아울렛 개점 이후 3~4차례 경보기 오작동 

대전 현대아울렛에선 2020년 6월 개점 이후 3~4차례 정도의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현대아울렛) 개점 때부터 영업 중인데 몇 차례 오작동이 있었고 방송으로 오작동이라는 걸 알렸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대전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종권 기자

28일 오후 대전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종권 기자

한편 현대 아울렛 압수 수색에서 상자 10개 분량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대전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재 원인과 함께 소방설비 작동 여부, 관리자의 감독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당시 목격자와 외주(하청업체) 관계자에 이어 현대아울렛 관계자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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