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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수출 ‘경고음’…반도체 2개월 연속↓, 철강·석화까지 부진[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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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정보기술(IT)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철강ㆍ석유화학 등 다른 주요 품목도 수출이 줄면서 한국의 무역전선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는 3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부터 내리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6개월 연속 마이너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 8월(94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 크게(60.3%) 축소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달 수출은 574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늘며 역대 9월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수입 증가 폭이 훨씬 더 크다 보니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수입은 1년새 18.6%나 증가한 61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출에도, 무역수지 6개월 연속 적자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게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원유ㆍ가스ㆍ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해 9월(99억 달러)보다 81.2%나 늘어난 180억 달러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가격의 고공비행이 이어진 여파다. 이에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88억7600만달러로 1996년 연간 최대 적자기록 (206억 달러)을 훌쩍 넘겼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무역수지가 374억5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으로는 무역수지 적자가 4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량 측면에서는 흑자임에도, 수입단가 상승 폭이 수출단가 상승 폭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게 한경연의 진단이다.

이런 무역적자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표 수출품목이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20%가량을 책임지는 반도체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14억8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들었다. 지난 8월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7.8%)을 기록한 이후 두 달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부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 제품의 수요가 둔화하고, D램 가격 하락세와 낸드 공급 과잉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가 안 팔리다 보니, 반도체 재고는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는 전월보다 3.8% 늘었는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7.3%나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이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3~18% 하락하고 4분기에는 15~20%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은 3분기에 10~15%, 4분기에는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력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외환 수급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며 “반도체가 다운사이클(장기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곤 했다”고 짚었다.

다른 수출 품목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월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8월은 감소 품목이 9개였는데, 9월에는 이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품목별로 보면 철강 수출은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ㆍ중국ㆍ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로 작년 같은 달보다 21.1% 줄어든 26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태풍 침수 피해도 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작년보다 15.1% 감소한 40억7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전방산업의 수요가 감소했고, 공급과잉이 지속하면서 수출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이밖에 ▶일반기계 -1.5% ▶디스플레이 -19.9%(OLED -15.6%) ▶무선통신기기 -7.0% ▶컴퓨터 -23.6% ▶바이오헬스 -4.5% ▶섬유 -5.3% ▶가전 -8.2% 등의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다.

수출 전체로 보면 그간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던 수출 증가율이 지난 6월부터는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세계 경기 둔화의 여파다. 그나마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이차전지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4% 늘어 역대 1위를 달성하고, 석유제품(52.7%)과 자동차(34.7%) 수출액은 역대 9월 중 1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 위안이다.

對中 수출도 4개월 연속 감소 

한국 수출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은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다. 넉 달 연속 지속하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지만, 수출 감소세는 4개월째 이어졌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33억7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6.5%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로 내수 시장과 소비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ㆍ석유화학ㆍ철강ㆍ일반기계 등의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중 수출액은 작년보다 0.1% 감소했고, 석유화학은 13.7%, 일반기계는 33.1%, 철강은 13.1% 각각 줄었다.

정부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무역적자와 수출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중 무역수지가 5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되고 9월 무역적자 규모가 전달보다 50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하락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높은 수출증가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이어 “현재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민관합동으로 수출 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지금의 무역수지 적자는 높은 수입물가에 기인한 바가 커 해외 자원개발 활성화 등 공급망 안정과 해외 유보 기업자산의 국내 환류 유도,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회는 법인세 감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세제개편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급증하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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