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50엔까지 하락 예상…일본, 빚 많아 손 쓸 방법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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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04면

[외환시장·증시 긴급 진단] 일본·중국 전문가 인터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기축통화 엔화와 동남아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요즘 심상치 않다. 엔화는 달러당 한때 145엔까지 떨어지며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위안화는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가 깨졌다. 엔·위안화 동반 가치 하락은 한국을 비롯해 원자재 수입과 수출로 먹고 사는 아시아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모두 폭락하면서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1997년 외환위기처럼 대규모 자금이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환율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짐 오닐도 달러당 150엔 선이 뚫리면 외환위기 수준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특히 한국 원화를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와 함께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문제는 당장 엔·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학자, 중국 전문가에게 엔·위안화의 영향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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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대학 교수. 정준희 기자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대학 교수. 정준희 기자

“손을 쓸 방법이 없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대학 교수(부학장)는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에 대해 “일본의 국가재정은 다 소진됐고, 부채가 많아 장기 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1065조엔(약 1경560조원)으로,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2025년 기준으로 3조7000억엔 증가한다.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유키코 교수를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만났다. 유키코 교수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와 장기신용은행연구소(LTCBR)에서 근무했고, 산업구조위원회·경제산업부 등에서 정부 자문 활동을 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 하락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시적으로 달러당 150엔까지도 갈 거 같다. 하지만 150엔까지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외화가 많아도 헤지펀드와 싸우다 외화를 다 써버리면 외환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락을 지켜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주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조정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150엔까지는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할 이유가 없다. 다만 160엔, 170엔이 되면 정부가 당연히 뭔가 할 것이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160엔, 170엔까지 간다는 관측은 사실 많지 않다. 환율이 금리차 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물가 영향도 있는데, 일본의 물가 상승 속도는 느린 편이다.”
엔저가 일본경제엔 도움이 되나.
“경제 전체로 보면, 엔고(高)보단 엔저가 도움이 된다. 요즘 관광업계는 호황인데, 이런 부분들이 성장세가 주춤한 일본경제엔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역시 크게 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긴축에 대한 우려로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내수시장이 견고해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도 아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엔저 정책은 계속 이어질까.
“과거 엔저 정책은 이유 없는 엔고(高)를 통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나치게 엔화 가치가 낮아 에너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국제유가가 치솟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담이 곱절이 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 정책인 ‘아베노믹스’(아베+이코노믹스)의 대표 인물인 건 맞지만 합리적인 수단이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엔저를 유지하겠다는 게 아니고, 지금은 손을 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엔저를) 지켜보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가 싸기 때문에 해외 자본 유치나 일본 기업의 국내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애초 엔저 정책의 의도했던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어떻게 보나.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부채의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자산이 많다. 그러니 원화 가치 하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지나치게 외환위기 때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다. 미국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다. 미국은 (한·미 통화스와프에) 전혀 생각이 없을 거다. 2008년에는 미국이 힘들었던 때여서 통화스와프를 해준 측면이 있다. 요즘은 ‘미국만 살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미국이 한국하고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이유도 없다.”
한국경제가 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빠지면 그때는 정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가계 부채 중 상당히 많은 물량이 부실채권이 될 것이다. 재정적으로 한국의 빚이 일본만큼 불어날 수 있다. 그래도 한국은 재정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어 일본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 양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아시아 내 자유무역체계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시작됐다. 아시아 내 자유무역체계를 이용해서 반도체·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장난감·옷 등 내수재로 품목을 넓혀 무역을 자유롭게 하고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자유무역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게 한·중·일이 역할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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