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세계 리세션 가능성 95% 넘어, 지금 주가 싸지 않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10.01 01:27

업데이트 2022.10.0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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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05면

[외환시장·증시 긴급 진단] ‘닥터둠’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인터뷰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5.44포인트 하락한 2155.49를 기록했다. [뉴스1]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5.44포인트 하락한 2155.49를 기록했다. [뉴스1]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그제 ‘검은 수요일’을 경험한 코스피가 30일 또 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2155.49까지 밀리면서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440원대까지 무너졌다.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까지 총 세 차례 조성됐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연일 52주 신저가 주식이 속출하는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동성이 사라지는 시장에 섣불리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최근 곡소리 넘쳐나는 시장에서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여의도 닥터둠’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를 만났다. 그는 미 연준이 본격 금리인상에 나서기 전부터 “긴축에 대비하라”고 주장해왔다. 경기 침체의 실체 및 급락장에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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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안 펀드, 리세션 충격 막기 어려워

“아직 주가 바닥이 멀었다”는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그는 “내년 리세션을 대비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했다. [사진 강영현]

“아직 주가 바닥이 멀었다”는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그는 “내년 리세션을 대비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했다. [사진 강영현]

“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영국의 스파이들이 독일의 작전 계획도를 가져와 영국에 뿌렸다. 그럼에도 영국 시민들은 ‘끄덕없어’ 하면서 안이하게 받아들였다. 이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작전 계획도가 드러나고 있다.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따른 판단을 투자자들이 해야 할 시점이다.”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지난 1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처음 출연한 자리에서 “연준이 돈줄을 죄면, 자산시장에서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날 당시 찬물을 끼얹으며 자산시장 급락을 예견했던 셈이었다. 당시 1200원 선에 달했던 달러당 원화 가치가 최근 1440원대로 떨어지고, 3000선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2200마저 무너져버리면서 그가 출연한 영상에는 “성지순례 왔습니다”라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그는 올해 급락장에서 인버스(주가 하락) 투자와 현금 확보 전략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지켜내기도 했다. 그는 “내년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이 오면 현재 주가도 싼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수그러들면, 금리 인상이 멈추고 주가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까. 강 이사는 섣부른 ‘희망회로’를 경계했다. 이미 경기 침체의 시그널로 읽혀지는 국채 장·단기 금리는 역전됐다. 금리 차(스프레드)는 IT 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0.5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는 “미 연준이 긴축을 시작하면 그 끝엔 언제나 리세션이 있었다”며 “내년에 전 세계적인 리세션이 올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피할 수 없나.
“거인이 망치로 호두껍데기를 깨뜨린다. 살짝 껍질만 부수고 하얀 알맹이는 살리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거인에게는 그런 힘 조절 능력이 없다. 거인이 망치를 들면 호두의 속 알맹이까지 박살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사상 연준이 긴축을 하고 리세션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는 1950년대 이후 단 2번밖에 없었다. 1994년은 6.4%의 실업률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다가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서 중단한 경우다. 2018년은 트럼프의 정치적 개입으로 긴축을 되돌렸던 예외적인 때다. 현재 경제 지표와 정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연준의 정책 변경의 핵심 지표는 고용이다. 현재는 실업률이 3.5%로 견조하다. 예상보다 더 길고 질긴 긴축을 견뎌야 할 수 있다.”
긴축 정책, 왜 이렇게 빠르고 강한가.
“시장에는 연준이 긴축을 펴다가 경기가 망가지면 정책을 반대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연준이 정책을 바꿔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잠깐 완화정책을 펴면 사람들은 다시 자산을 사고 거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80년대의 경험을 통해서 어설프게 긴축을 돌리다가 놔버리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것을 연준은 알고 있다. 시장을 완전히 작살을 내서 자산가격을 레벨 다운시키는 것이 연준의 작전계획이라 본다.”
장·단기금리 역전이 내포한 위험은 무엇인가.
“1만원짜리 생선을 다섯 토막을 내서 파는 생선 장수가 있다고 치자. 그동안 한 토막에 3000원씩 받아 총 1만5000원을 받으면 5000원의 수익이 생겼다. 그런데 생선 한 마리 가격이 1만5000원으로 올랐는데, 한 토막 값은 2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그럼 다섯 토막을 전부 팔아도 1만원에 못 미쳐 손실이 발생한다. 그동안 금융기관은 국채 2년물을 2% 정도로 싸게 빌려와 10년물 수준인 3.5%로 대출해주면 약 1.5%포인트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게 금리 역전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은행은 돈을 풀 수가 없다. 역마진이 발생한다. 기존에 은행이 해외에서 싼 달러를 구해 국내 부동산대출을 해줬다고 치자. 부동산가격이 내려가면서 담보 가치는 하락하는데, 갚아야 할 돈은 환율 상승으로 연초보다 30% 정도 늘어났다. 부실 위험이 커진다.”

강 이사는 2022년 상반기는 ‘역(逆)금융장세’로 봤다.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주가 수준이 일제히 내려가는 시장이다. 우량주·비(非)우량주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하반기는 기업실적 하락으로 증시가 빠지는 ‘역실적장세’로 본다. 업종이나 종목 선택에서 실패 확률이 더 높아지는 무서운 시장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실질적 침체는 4분기부터 들어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리세션 판정은 내년 6월 이후로 예상했다. 리세션을 판정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판정이 후행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리세션은 통상 3~4분기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벨트를 단단히 맬 것을 당부했다.

그가 다가올 리세션을 대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 생존전략 1순위는 ‘현금’ 확보다. 강 이사는 “최근 주식 상담을 오는 고객에겐 예금 들라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주식 비중이 높은 경우에도 일부를 처분해 현금 확보를 권유한다. 현금 비중을 높이고 빚을 갚은 뒤, 앞으로 들이닥칠 지구(持久)전에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국내 5개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담보유지비율이 130% 이하인 계좌) 수는 1만5779개로, 이달 초 5336개의 3배에 육박했다. 이들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월초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증가했다. 주가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반대매매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우려된다. 지난 27일 기준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5928억원이다. 지난달 19조원대 수준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강 이사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사들도 채권 등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자산을 돌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금리가 0.75%포인트 추가 인상되면 7조~8조원의 신용거래 잔액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융당국은 증시 안정을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말 극심한 불안을 겪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성됐다. 그러나 당시 증시가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실제 자금이 투입되진 않았다. 그는 “증안펀드가 들어가면 증시가 단기 반등은 하겠지만, 리세션에 따른 증시 충격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는 어디까지 떨어질까.
“9월 29일 기준 나스닥은 10700선에 있다. 이 나스닥지수는 9700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9700도 유동성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코스피는 2000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200을 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브랜드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중추적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 어떤 업체가 글로벌 탑으로 진입할 수 있을 지 현재는 묘연하다. 경제성장률도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 위기 등이 가시화된다면 9·11 테러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주식 팔아야하나.
“6개월 전만해도 확고하게 주식을 팔라고 했다. 지금은 거기서 30~40% 빠진 종목들이 수두룩하다. 이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기다. 여기서 손실을 털고 갈 것이냐, 리세션을 통과하는 내내 고통을 참고 버틸 거냐. 분명한 건 전 세계적인 리세션이 오면 지금 자산 가격도 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위기 종료 때까지 킹달러 지속

주식시장에 재진입할 적기는.
“더 이상 연준이 돈을 조이지 못하고 ‘리세션이다’라는 판정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주식을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또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0만 건(현재 19만3000건)에 이를 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를 사든,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든, 그때가 주가 바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앞에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가 무너질 정도로 뚝 떨어졌다. 9월 29일 위안화의 역내 환율은 한때 7.25위안을 뚫기도 했다. 일본 엔화 가치도 최근 달러당 145엔대로 떨어지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사들인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유로화는 이탈리아의 정치 불확실성, 유럽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파운드화 폭락 충격으로 영국발(發) 금융위기도 거론된다.

킹달러 현상, 언제까지 지속될까.
“유럽의 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킹달러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초 96.21에서 시작해 현재 112.12까지 상승했다. 유로존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120 위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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