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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고] 코골이는 신경계 질환, 파킨슨병·뇌전증 동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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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코골이는 코 혹은 비강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골이가 주요 증상인 수면무호흡증은 국제질병분류 체계상 신경계 질환에 속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원인 및 진단 방법, 치료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중에 상기도, 콧속 뒷공간부터 기관 입구에 이르는 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긴다. 수면 중에만 생기는 이유는 호흡과 기도 근육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 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깨어 있을 때는 우리 몸의 근육이 자세 유지나 움직임을 위해 적절히 활동하는 것처럼 편도 혹은 목젖 탓에 기도가 좁아져도 근육이 팽팽히 긴장해 호흡의 통로를 연다. 이런 상태가 수면 중에도 지속하면 좋겠지만 잠에 빠진 몸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뇌, 심폐 기능, 소화, 내분비대사 등 온몸 구석구석을 재정비한다. 이로 인해 잠이 들면 기도 근육 활동이 낮아져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 일부를 절제하고 당겨 공간을 넓히는 수술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면에 수반되는 상기도 근육의 활성 저하, 나아가 뇌의 호흡 조절 변화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발되는 수면무호흡증 약물들은 모두 뇌신경에 작용해 수면은 유지하면서 호흡 조절을 안정화하고 상기도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왜 신경과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할까. 진단용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눈 운동, 근전도로 구성된 뇌신경 신호를 토대로 호흡을 기록하고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변화 해석을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신경생리 분야의 전기생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완벽히 시행될 수 있는 검사다. 수면무호흡증에 장기간 노출되면 반복된 저산소증과 수면 분절로 심장병·뇌졸중·인지장애를 유발한다. 즉 신경과 의사는 수면무호흡증 진료에 최적화돼 있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다른 수면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생각했는데 파킨슨 초기 증상이나 뇌전증인 경우가 있다. 과다수면증이나 렘수면행동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수면 질환이 함께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무호흡증뿐 아니라 동반 질환도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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