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달러=145엔' 돌파 쇼크…일본은행 24년만에 엔화 매수 개입

중앙일보

입력

22일 일본 중앙은행이 24년 만에 엔화를 사는(매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이 장중 한때 달러당 145.89엔으로 밀리는 등 엔화 가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22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외환거래 회사 모니터에 '1달러=45.887엔'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외환거래 회사 모니터에 '1달러=45.887엔'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으로,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간과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환율 개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계속 외환시장 동향을 긴장하며 주시해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달러를 팔고(매도) 엔화를 사는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1998년 6월 17일 이후 약 24년 3개월 만이다. 2011년 11월에도 외환 개입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엔화 강세에 따라 엔화를 파는 개입이었다.

'금융완화 유지' 발표에 '1달러=145엔' 쇼크

일본 정부가 결국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미·일 금리 차이로 엔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수입 물가가 치솟아 가계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1달러=115엔' 정도로 안정돼 있던 엔화 가치는 6개월 여 만에 30엔(26%)이나 떨어졌다.

엔화 약세에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쳐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20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해 소비세 영향을 제외하면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22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연 3.0∼3.25%로 결정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 셈이다.

그 영향으로 22일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45.89엔까지 밀렸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45엔대까지 밀린 것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일본은행의 외환 개입 직후 엔화 가치는 급반등해 달러당 140엔대까지 회복했다.

"금리 차이 해소 안되면 효과는 한정적"

일본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격적으로 외환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수입 물가를 낮추는 엔저 상황을 환영하고 있어 일본 단독으로 대규모 외환 개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개입에 착수했지만 외환보유액 내에서 실시할 수 밖에 없고 대규모 개입을 반복하긴 어려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평론가 가도쿠라 타카시(門倉貴史)도 일본 야후에 "대규모 엔 매입·달러 매매가 아니라면 일본 단독으로 외환 개입을 실시해도 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면서 "엔저를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멈추고 금융 정책의 방향성을 주요 국가들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