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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엔서 한국의 국제사회 책임 역설한 윤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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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자유·연대 강조, ‘북한’ 한 번도 언급 안 해

“유엔 첫 미션은 한국 수호, 이제 한국 차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 무대에 데뷔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정상 개막된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많은 정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로 팬데믹 이후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자”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이 그 책임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와 연대:전환기의 해법 모색’을 주제로 11분간 연설한 윤 대통령은 ‘자유’를 21차례, ‘유엔’을 20차례, ‘국제사회’를 13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내에서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이 연대해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치 입문 이후 취임사와 8·15 경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자유와 연대’ 메시지를 통해 ‘신냉전’ 구도로 변화한 국제질서에서 한국 외교의 지향점은 자유 진영과의 가치 동맹이며, 그 안에서 한국이 제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말미에 “유엔의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 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유엔군을 파견해 자유를 수호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평화·번영을 위해 유엔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방역 및 기후 변화, 디지털 정부 기술 등에서 한국이 기여할 바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고, 북한에 ‘담대한 구상’ 제안을 한 상태에서 나온 전략적 고려일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북한을 향해선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반도 평화, 북핵 등을 핵심 요소로 한 역대 대통령들의 유엔 연설과 사뭇 다르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회원국의 정상급 대표들이 비전과 철학 등을 담아 국제사회를 향해 내는 메시지다.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6·25전쟁과 그 이후 국제사회의 자유를 위한 연대의 손길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북한 문제에 너무 매달렸다. 이제는 “글로벌 파워 국가로서 한반도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중앙일보 인터뷰)와 같은 국제사회의 주문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 때 북핵 해결을 위한 에너지가 더 많이 모이고 한반도 평화는 더 빨리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