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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흐리는 검은돈 막자"…바이든 '정치자금실명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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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익명으로 모금되는 정치 자금인 ‘다크 머니(dark money, 검은 돈)’의 출처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우리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너무 많은 돈이 어둠 속에서 흐르고 있다”면서 “‘다크 머니’로 불리는 이 어둠의 돈은 대중의 신뢰를 깎아 내리며, 우리는 대중의 신뢰를 보호하기로 결심했다”고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정치자금 실명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정치자금 실명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내로 다크 머니의 출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상원에 촉구했다. 법안은 선거 기간에 기부를 받은 특별정치활동위원회(수퍼팩·Super PAC) 등이 1만 달러(약 1390만원) 이상 기부한 사람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퍼팩은 한도 없이 자금을 모아 정치인 후원 활동을 하는 단체다.

다크 머니는 기부자를 알 수 없는 정치 자금을 칭하는데, 소수의 재력가들이 정책 결정과 입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기 위해 이를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대중에게 엄청난 기부금을 숨기는 행동에는 정당성이 없다”며 법안 표결을 공식화했다. 그는 다크 머니에 대해 “민주주의에 드리워진 베일”이라며 “모두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기업이 익명의 기부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길을 막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민주당이 공화당 도움 없이 법안을 처리하려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무력화에 필요한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을 양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햇빛이야말로 최고의 소독제라 믿는다”면서 “공화당도 이 법안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지만, 공화당의 반대를 기록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화당은 다크 머니의 힘에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이 암적 존재가 더 악화되도록 방치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해당 법안은 지난 2010년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바 있지만, 2012년 상원에서 두 차례 부결됐다. 당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위원은 “민주당이 노동조합에 유리하게 법안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이 법안은 후원 단체가 기부자 공개를 의무화하라는 전례없는 요구를 담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인정하는 확고한 기본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하원에서는 새로 선출된 대통령을 상·하원 합동회의가 인증하는 과정에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시한 대통령선거 개혁법안이 발의됐다.

이는 지난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압박해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말라고 종용한 것과 같은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미국 하원특위 1.6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 AFP=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하원특위 1.6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에 참석한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 AFP=연합뉴스

이 법안은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과 조 로프그렌 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구성된 ‘하원특별위원회’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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