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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4번째 “대만 군사개입” 발언…‘전략적 모호성’ 폐기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록에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록에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을 투입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또 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 벌써 네 번째다. 백악관은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재차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발언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된 이후 나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폐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거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中 전례없는 대만 공격시 미군 투입”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중국이 침공하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렇다. 만약 실제로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군사물자만 지원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미군 남녀(병력)가 직접 방어에 나서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돌아온 답도 “그렇다”였다. 대만이 침공당하면 미군을 투입한다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지난해 8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상호방위조약 5조를 언급하며 “일본, 한국,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CNN 타운홀 미팅에서도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했다”고 답했다. 지난 5월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침공한다면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미국 내외에선 실언 논란이 일어왔다. 발언 내용이 중국·대만과 관련해 미국이 취해 온 ‘전략적 모호성’ 전략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제정한 대만관계법을 통해 대만이 자체 방어에 나설 수 있도록 무기판매·훈련지원 등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직접 개입 여부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고 대만도 중국에 독립을 선포하지 못 하게 하는 억지력을 유지해왔다. 바이든의 발언 때마다 백악관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선 배경이다.

40여년 유지한 ‘전략적 모호성’ 깨나

지난 8월 미국 해군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즈빌이 대만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해군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즈빌이 대만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엔 시점상 과거 발언과 무게가 다르다. 지난달 2~3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해협 주위에서 고강도 군사훈련을 하고, 대만해협 중간선을 상시로 넘어서는 등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선 대만정책법안이 가결돼 본회의로 넘어갔다. 이 법안은 대만을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 수준으로 대우하고 65억 달러(약 9조원)어치의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군사개입 발언을 한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오랜 정책을 뛰어넘는 듯한 것이었다”며 “미군을 대만 방어에 투입하겠다고 말한 이전 발언들보다 (이번 발언이) 더 명시적이었다. 중국을 자극할 것이 확실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오래전 합의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이 있다”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만은 그들의 독립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발언만 보면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변화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해석했다.

발끈한 中 "국가 분열 행동 절대 용인 않겠다" 

지난 5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외교부 대변인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외교부 대변인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미국은 미·중 3개 코뮤니케 규정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승락을 엄중하게 위반했다”며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하며,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우리는 국가를 분열시키는 어떤한 행동도 절대 용인하지 않고 (통일을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선택 항목에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게 어떠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고, 미·중 관계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더한 손해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에 “러시아 지원하면 투자 중단”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미국인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중국이 위반하는데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다면 서방 진영의 대(對)중 투자가 차단될 것이라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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