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 총동원령 추진, 점령지 합병투표도…"푸틴 올인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주춤하는 러시아가 결단을 내렸다. 총동원령 발동에 대비해 형법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일제히 합병 주민투표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일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영광'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군인을 지원하는 광고판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 걸려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일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영광'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군인을 지원하는 광고판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 걸려있다. EPA=연합뉴스

러, 총동원령 대비 형법 개정안 통과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격인 국가 두마는 ‘총동원령’, ‘계엄령’, '전시 상황' 등의 개념을 추가하고 병역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총동원령과 계엄령이 실시되는 동안 군복무 의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이 개정안은 21일 상원 격인 연방평의회에 상정된다. 여기서도 통과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징집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CNN은 "러시아 정부는 총동원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치인들 사이에서 총동원령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현 징집병들의 복무 기한 연장과 예비역 소집, 군사 훈련을 받은 전투가능 연령 남성 소집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부의 바딤 스키비츠키 장군은 키이우 포스트에 "러시아 수뇌부는 개전 초기부터 계속 총동원령을 논의하고 있는데, 최근에 그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총동원령은 러시아가 계획한 모든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돼 푸틴 정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점령지 4곳 합병 투표 23~27일 실시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 거리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다. 바흐무트에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 거리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다. 바흐무트에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측은 점령지 주민투표도 공식화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공화국 이외에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까지 총 4곳에서 실시된다.

데니스 푸실린 DPR 수장과 레오니드 파센치크 LPR 수장 등은 "주민투표를 마친 뒤 바로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합병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침범은 모든 자위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합병한 4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총동원령을 내리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결정에 우크라이나는 크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우리의 입장은 이런 시끄러운 소식에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우리 군대는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영토를 되찾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세르게이 니코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비서는 "점령지 주민투표 이후에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일제히 비난…"푸틴 올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군수산업 발전 전략 회의에서 "군수산업체들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한 무기와 군사장비들을 군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군수산업 발전 전략 회의에서 "군수산업체들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한 무기와 군사장비들을 군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P=연합뉴스

서방은 러시아의 결정을 일제히 맹비난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가짜 투표"로 평가절하하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추진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가 진행되는 경우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포커 용어로 보면 ‘올인’한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건 러시아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매우 위험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20일 저녁으로 예고됐던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대국민 연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미뤄진 가운데 21일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총동원령 발동에 대비한 형법 개정안 통과와 점령지 합병 주민투표 발표 등에 이어 대국민 연설이 예고되면서 중대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NYT는 연설 연기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을 말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나 전쟁 확대 등 더욱 심각한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미룬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