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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령층 환자 혈압 조절에 우수한 효과, 뇌졸중 재발도 막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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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유럽심장학회서 주목하는 K신약
고혈압은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린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혈압이 높은 상태로 5~10년 정도 지나면 전신 혈관이 망가진다. 최근 한국에서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가 70세 이상 고령층과 뇌졸중 환자의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는 치료 유효성을 확인한 최신 임상 결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심장 관련 학술대회 중 하나인 유럽심장학회(ESC 2022)에서 발표됐다. 다양한 임상 연구로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는 K신약의 가치를 짚어봤다.

혈관의 압력이 높은 상태인 고혈압은 그 자체로 건강에 위협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고혈압을 지목한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도 각종 임상 데이터로 무장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70세 이상 혈압 강하 유효성 확인

유럽심장학회에서 국내 의료진이 카나브의 뇌졸중 재발 억제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에서 국내 의료진이 카나브의 뇌졸중 재발 억제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한 카나브의 임상 연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70세 이상 고령층의 혈압 조절 효과다. 나이가 들면 중심대동맥의 혈관 경직성이 높아져 수축기 혈압이 높다는 병리적 특성을 보인다. 고혈압이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이행할 위험도 크다. 이런 이유로 고령층은 임상적 근거가 확인된 약 중심으로 투약이 이뤄진다.

카나브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 강하 효과를 ‘피트니스(FITNESS) 임상연구’를 통해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했다. 70세 이상 한국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카나브와 고령층 사용 적응증을 보유한 페린도프릴의 혈압 강하 효과를 비교·평가했다. 그 결과 치료·관찰 8주 시점에서 카나브 치료군의 수축기 혈압 강하 효과는 14.30㎜Hg 페린도프릴 치료군(8.95㎜Hg)보다 우수했다. 혈압 반응률도 카나브 치료군이 더 좋았다.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박상돈 교수는 “고령층의 혈압 조절에 긍정적이라는 중요한 임상적 근거”라고 말했다.

콩팥·뇌·심장 등 표적 장기 보호

둘째로 콩팥·뇌 등 표적 장기 보호 효과다. 고혈압으로 미세혈관이 망가지면서 그 여파로 콩팥·뇌·심장·망막 등 여러 표적 장기가 손상된다. 일종의 고혈압 합병증이다. 혈압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 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투석 치료를 받거나 뇌·심장의 미세혈관 손상으로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판타스틱(FANTASTIC) 임상 연구에서 카나브 치료군은 소변 검사에서 미세단백뇨(알부민뇨) 검출량을 30% 이상 줄인 비율이 70% 이상이다. 미세단백뇨는 초기 콩팥 손상을 의심하는 징후다. 카나브는 콩팥 사구체의 내압을 낮춰 콩팥 여과 기능을 지켜줘 미세단백뇨 배출을 막는다. 특히 혈압 강하 효과가 클수록 콩팥의 여과 기능 유지에 유리했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도 긍정적이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 인자다. 혈압이 높은 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뇌의 미세혈관 손상으로 뇌졸중을 겪을 수 있다. 막힌 뇌혈관을 뚫고 상태가 안정된 급성기 이후에 혈압을 조절하지 않으면 뇌졸중 재발로 예후가 나빠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원재 교수는 “뇌졸중 재발 억제 등 심뇌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혈압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뇌혈관이 한 번 막혔다 뚫린 한국인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 조절 효과를 분석한 패뷸러스(FABULOUS) 임상에서 카나브 치료군의 67.3%는 투약 24주 만에 목표 혈압인 140/90㎜Hg까지 도달했다. 연구 시작 당시 이들의 평균 혈압은 162/92㎜Hg다. 빠르게 목표 혈압에 도달하면서 뇌졸중 재발률은 2.73%에 그쳤다.

마지막은 글로벌 치료 유효성 확인이다. 좋은 약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통한다. 카나브는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 브라질 등의 의약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K신약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한국인이 아닌 신체 조건이 다른 인종에서도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 멕시코의 아메리칸 브리티시 카우드라이병원 아벨 파비아 교수팀은 카나브가 멕시코인에게도 우수한 혈압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고혈압 1·2기에 해당하는 멕시코인 272명을 대상으로 카나브 단일제 혹은 복합제 등을 처방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혈압이 떨어졌다.

한편 카나브는 보령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국산 신약의 시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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