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팬 끌기」구단서비스·홍보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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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축구가 팬들을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지도력·경기력의 향상노력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심각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국내축구상황은「기존 팬들은 노화되어 가고 청소년·어린이 팬들의 관심은 미처 축구로 끌어들이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10여년 전처럼 가만히 앉아있어도 축구가 국기로 통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
사회 각분야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되고 이제는 이런 일이 전문직으로까지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일반인의 관심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게 하는 이벤트(EVENT)라는 새로운 업종이 호황을 누리는 것만 봐도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흥밋거리·관심거리가 제공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 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축구로 돌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게되었다. 그래서 축구가 점점 밀리고있는 것이다.
90년 시즌이 끝나자 야구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전체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 팀별·연령별·지역별·선수개인별 팬의 분포를 조사해 이미 자신들의 현주소를 파악했다.
그러나 우리축구는 「월드컵」이 열리면 온 국민이 밤 세워 응원한다」는 막연한 자만심 외에는 일반인이 축구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있는지, 팬들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선수는 누구인지, 앞으로 우리가 끌어 들여야할 청소년층은 누구를 좋아하며 그 특성과 선호도는 어떠한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파악된 것이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대책 역시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판단하는 「팬을 잃고 새로운 팬을 얻지 못하는 원인」은 스타가 없다는 것과 각 구단들이 그 절박함을 피부로 느끼고 팬들을 그라운드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밀하게 계획된 홍보나 팬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럭키금성이 90년 시즌에서 우승하고 마지막 경기를 마쳤을 때 텅 빈 그라운드를 보면서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매년 이런 기회에 각 구단이 힘을 모아 전축구인과 팬들이 함께 축하행사를 벌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바로 이런 축구 페스티벌을 통해 팬들에게 풍성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면 관심도 끌 것이고 이것은 곧 간접적인 축구홍보효과를 얻게된다고 생각한다.
볼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은 세상에서 축구만이 독불장군이 될 수 없다.
공연히 스타플레이어 머리나 자르라고 다그치고 다른 종목은 억대선수가 심심찮게 생겨나는데 드래프트다 뭐다 해서 최우수선수 계약금을 3천만원으로 묶어 타 종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미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만약 각 구단의 목적이 「프로축구의 활성화」에 근거한 것이라면 지금 같은 방법은 그 주된 고객이 되어야할 신세대의 사고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사업가는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더 많은 광고비를 투입한다. 나는 지금이 프로구단들의 구체적인 노력과 투자가 가장 아쉬운 때라고 느껴진다. 우리 모두 프로가 되어야한다.
스타도 남, 우승팀도 남이 아니라 이것들이 우리모두의 최종목표인 축구발전을 위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공동목표를 향해 차원 높은 묘를 찾아야 한다.
축구가 사는 길만이 우리축구인 모두가 사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정해진 몇몇 자리를 놓고 아귀다툼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점점 늘어날 수 있도록 좀더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90년대에는 협회의 확고한 지도력아래 선수육성을 맡은 지도자들이 그들의 지도기술자본을 축척하고 어렸을 때부터 리그를 통한 잦은 경기경험으로 선수들의 경기기술을 축적시켜가며 각 구단은 치밀한 노력으로 팬을 끌어들이는 노하우를 축적해간다면 당장 오늘내일은 보이는 게 없을지 몰라도 2000년이 가까워올 즈음이면 그 열매가 분명히 눈에 보일 것이다.
애쓰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값진 진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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