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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사 몰래 수집했네”…구글·페북에 1000억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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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광고에 사용한 구글과 메타에 정부가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처분은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들의 정보 수집 및 이용과 관련한 첫 제재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플랫폼의 투명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에 692억원, 메타에는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위는 두 회사가 앞으로 이용자 정보를 수집·이용할 땐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2월부터 ‘주요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의 행태정보 수집·이용 실태’를 점검해 왔다. 조사 결과, 구글과 메타는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광고’ 등에 사용했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고 사전 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개인정보위는 전했다. 행태정보란 웹사이트나 앱을 방문해 물품을 구매하거나 검색한 이력 등을 말한다.

구글 개인정보 비교

구글 개인정보 비교

개인정보위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선 구글 이용자의 82% 이상, 메타 이용자의 98% 이상이 플랫폼에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하고 있었다. 이용자가 플랫폼의 데이터 정책을 확인하거나 재검토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페이스북의 데이터 정책은 1만4600자, 694줄 분량) 하거나 기본값이 ‘동의’로 설정(구글)된 탓이다. 서비스 가입 절차만으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이용자’가 된 셈이다.

개인정보위는 플랫폼 기업들이 국가별로 이용자들을 차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에서 구글에 가입할 때는 5단계에 걸쳐 어떤 정보를, 언제까지, 어떻게 쓰는 것을 허용할지 이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유럽에선 ‘개인 맞춤 광고 표시’ ‘일반적인 광고 표시’ 중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구글 이용자들에겐 이런 절차가 없다.

윤종인 개인정보위원장은 이날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는 행위는 시정해야 한다”며 “행태정보가 축적되면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울YMCA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3일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하고, 실시간 광고 경매를 위해 광고 기술 업체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을 비판했다.

정부는 앞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는지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안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과징금 부과에 대해 구글과 메타는 유감을 표시했다. 구글은 입장문을 통해 “심의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서면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메타 관계자는 “개인정보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법원 판단을 받는 방안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이 개인정보를 통해 얻는 수익이 과징금보다 크다 보니 이런 행태가 반복돼 왔다”며 “이번 조치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도 차별 없는 제재를 한 게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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