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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가장 오래된 문자 발견?…알고보니 유성펜 자국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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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HK 영상 캡처

사진 NHK 영상 캡처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일 가능성이 제기됐던 약 2000년 전 야요이시대 유물의 검은 흔적이 유성펜 자국으로 드러났다.

9일 NHK과 아사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나라현이 설립한 가시하라 고고학연구소 오카미 도모키 연구원은 1997년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발굴된 야요이시대 유물에 적힌 검은 선이 유성펜 자국이라고 밝혔다.

앞서 야요이시대 유물을 연구해온 후쿠오카시 매장문화재센터의 연구원 쿠스미 히데오는 2020년에 열린 학회에서 돌로 만든 이 유물에 먹을 갈아 으깬 사용 흔적이 있는 것을 보고 벼루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유물의 뒷면 중앙 부근에 두 개의 검고 희미한 선이 기원 전후의 예서체(중국 한나라 때의 옛 서체)라며 '子'(자)와 '戊'(성)을 쓴 것이라고 예측했다.

쿠스미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일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기존 문자 기록보다 200∼300년이나 앞선 것이어서 당시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오카미 연구원은 유물에 적힌 검은 선의 화학 성분에 대한 정밀 분석을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유성펜 잉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유성펜은 유물 정리 작업 때 자주 사용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물을 발굴한 마쓰에시 당국은 출토품 구분을 위한 정보를 적어놓은 종이에서 잉크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화재 취급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쿠스미는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반박할 수 없으니 당시의 견해는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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