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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인도 회사 됐지만…랜드로버, 이번에도 英 여왕 마지막길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영국 에딘버러의 왕실 관저인 홀리루드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영구차가 이동하고 있다. 여왕이 생전 아꼈던 재규어 랜드로버의 차량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일 영국 에딘버러의 왕실 관저인 홀리루드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영구차가 이동하고 있다. 여왕이 생전 아꼈던 재규어 랜드로버의 차량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을 떠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12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대중에 24시간 공개됐다. 이날 오후 여왕의 관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홀리루드 궁전에서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향했다. 여왕의 관은 재규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차량 네 대가 뒤를 따르며 지켰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고인이 생전에 아꼈던 영국 고급차 브랜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날 홈페이지에 엘리자베스2세 여왕 사진과 함께 “여왕과 인연은 큰 자부심의 원천이었다”며 “이 나라에 연속성과 안정감, 영감을 준 여왕의 선구적인 리더십과 힘을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1933년과 1947년 영국에서 각각 설립된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미국 포드에 인수되면서 합쳐진 이름이 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직접 몰며 英 브랜드 홍보 

1945년 군에 입대해 트럭 정비와 운전 교육을 받은 여왕은 직접 재규어와 랜드로버 차량을 대중 앞에서 운전할 정도로 두 브랜드를 챙겼다.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레인지로버가 수행 차량을 맡았다. 지난해 그의 남편인 필립공(정식 명칭 에딘버러 공작)의 장례식에서 랜드로버는 영구차로 쓰였다. 필립공은 2003년부터 차량을 직접 도색하며 영구차로 개조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랜드로버와 영국 왕실의 인연은 70년이 넘는다. 1948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4세에게 100번째로 생산한 자동차를 선물로 주면서다. 1951년에는 조지 4세로부터 왕실 인증을 받은 브랜드가 됐다. 랜드로버는 1953년 당시 27세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첫 자동차를 선물해 주기도 했다. 2018년 여왕의 손자인 해리 왕자 결혼식에는 재규어 차량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 필립공(에딘버러 공작)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03년부터 필립공이 도색까지 관여한 랜드로버가 영구차로 쓰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 필립공(에딘버러 공작)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03년부터 필립공이 도색까지 관여한 랜드로버가 영구차로 쓰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재규어 랜드로버는 2006년 독일의 BMW에, 이어 2008년 인도의 타타그룹에 경영권이 계속 넘어갔지만 핵심 경영진과 디자인 인력은 여전히 영국인 중심으로 남아 있다. 한국 법인은 2020년부터 로빈 콜건 대표가 맡고 있는데, 그는 스코틀랜드의 스털링대를 나온 뒤 1995년부터 랜드로버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2억 넘는 신형 모델, 국내 사전 계약 3000대 

콜건 대표는 지난달 23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신형 모델 ‘올 뉴 레인지로버’ 출시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모델 설명을 맡았다. 이날 랜드로버는 새 모델이 가진 수심 90㎝ 도강 능력을 하천에서 직접 보여줬다.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에는 13.1인치 곡선형 모니터가 들어갔는데 LG디스플레이 제품임을 소개하면서 국내 기업과 협업하는 모습도 강조했다.

카이즈유에 따르면 차량 가격이 2억원이 넘는 레인지로버의 경우 올해 1~8월 판매 대수가 242대일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억원이 넘는 디펜더는 같은 기간 498대가 팔렸다. 지난달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올 뉴 레인지로버의 경우 지난 10개월간 사전 계약이 3000대 이상 이뤄졌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경영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타타그룹이 2008년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주고 지분을 사들인 뒤 이후 2015년까지 매출이 7배 이상 올라 과거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36억 파운드(약 4조8300억원)로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이후 2020년(-4억2200만 파운드), 2021년(-8억6100만 파운드)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면 전환을 꿈꾸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홍천 세이지우드에서 로빈 콜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가 '올 뉴 레인지로버' 출시 기념 행사에 참석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달 23일 강원도 홍천 세이지우드에서 로빈 콜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가 '올 뉴 레인지로버' 출시 기념 행사에 참석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달 23일 국내 취재진에 공개된 올 뉴 레인지로버 내부. LG디스플레이의 모니터가 쓰였다.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지난달 23일 국내 취재진에 공개된 올 뉴 레인지로버 내부. LG디스플레이의 모니터가 쓰였다.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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