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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4억 돈방석' 앉았다…삼성도 투자한 '미래 광산' 어디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성일하이텍 이강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성일하이텍 이강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2269대 1(기관 수요예측)의 역대 최고 경쟁률. 공모가 대비 수익률 209%.

올 초부터 부진을 이어온 국내 증시에서 진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기업이 있다. 폐배터리(이차전지) 리사이클링 회사인 성일하이텍 얘기다. 이 회사는 7월 ‘역대급’ 흥행 기록을 내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데 이어 8월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로 꼽히며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일 서울 서초동 성일하이텍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강명 대표는 “미국·유럽연합(EU)이 정책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산 원료를 줄이고, 리사이클링 원료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배터리 원료는 대부분 중국산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폐배터리가 ‘미래의 광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의 정책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IRA). 유럽에서도 배터리에 일정 비율 이상의 리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이 통과됐다. 현재로썬 대부분의 배터리 원료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리사이클링 원료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한국에 3공장을 짓게 되면 중국산 원료 비중을 낮추는 데 좀 더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도 IRA와 관련 있나.  
“현재 한국 포함 말레이시아·인도·중국·헝가리·폴란드 등 6개국에 리사이클링 파크(원료 수거·1차 공정 공장)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엔 미국 조지아주에 리사이클링 파크가 완공된다. IRA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엔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을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나기도 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성일하이텍 이강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성일하이텍 이강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지 않나.       
“현대차·LG·SK뿐 아니라 전세계 대기업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성일하이텍이 후발 주자보다 기술력에서 4~5년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국내) 습식 공장의 경우 공장을 짓는 데만 4년이 걸린다. 여기에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2040년에 57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 성일하이텍의 몫이 분명히 있다. 또 기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원료 확보 경쟁력인데, 현재 전세계에 있는 원료 수거 시스템(9곳)을 2030년까지 3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 최초로 상장을 추진했던 점이 관심을 높인 게 아닌가 싶다(웃음). 회사로선 당장 군산에 3공장을 짓기 시작해 내년에 완공해야 지금 회수하고 있는 배터리를 감당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 시작한 회사기 때문에 IPO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3공장을 짓게 되면 자동차 100만대에 해당하는 폐배터리를 감당할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지난해 1500억원 수준)이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서도 투자를 받았는데 어떤 인연인가.     
“저희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2011년에 삼성물산이 20억원을 투자했다. 제2 공장을 지을 때도 아주 힘들었는데, 삼성SDI가 삼성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제2공장에 투자할 돈 400억원을 마련해줬다. 현재 지분은 삼성SDI 8.8%, 삼성물산 4.9% 정도 된다.”
직원들도 ‘돈방석’에 앉았다는 소문이 있다.  
“제2 공장을 지을 때, 투자를 받아 당시 직원 120명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다. 120명에게 36만주를 배분했고, 한 사람당 평균 3000주(13일 종가 기준 약 4억6000만원) 정도 된다. 이후 입사자들은 스톡옵션 대신 우리사주를 나눠줬다.”
7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성일하이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라성채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이사, 이경열 성일하이텍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7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성일하이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라성채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이사, 이경열 성일하이텍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석사(금속공학)를 마치고, 병역 특례 제도로 대주전자재료에 들어가 5년 근무했다. 회사의 지원을 받아 박사 1년 차를 하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자제품에 귀금속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역으로 추출하면 어떨까 하는 구상이었다. 22년 전 창업 당시엔 금·은·팔라듐·플래티늄 등을 추출하는 회사였다.”
폐배터리에 주목한 이유는. 
“산업도 사람처럼 생로병사가 있다. 부품도 마찬가지다. 휴대폰·노트북에서 출발하다 보니 자연스레 배터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2008년 처음으로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사이클링 원료를 벨기에 배터리 소재기업 유미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코발트는 96~97%, 니켈은 95~96% 수준까지 회수한다. 리튬은 이론상 회수율이 90~92%인데, 아직 그 정도 회수가 어려워 회수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회수율을 0.5%~1%씩 끌어 올리면 그만큼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성일하이텍=2000년에 설립한 배터리 재활용 업체로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코발트·니켈·리튬·구리·망간 등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한국 포함 6개국에 연 6만1000t 규모의 리사이클링 파크, 군산에 4320t 규모의 습식제련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5개 원료를 모두 회수해 상용화에 성공한 토탈 리사이클링 회사는 벨기에 유미코아, 중국 화유코발트·GEM·브룬프(Brunp·CATL자회사) 등으로, 한국에선 성일하이텍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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