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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도 20조 몰렸다, 다 쓴 배터리 주목받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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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배터리에서 몸값 비싼 금속을 캐내는 이른바 ‘도시 광부’ 업체에 20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지난 14일 국내 증권 역사상 최고의 수요예측 경쟁률(기관투자자 대상)을 달성하고 2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성일하이텍 이야기다. 이 업체는 지난 18~19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선 1207.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 20조1431억원을 끌어모았다. 약세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증권가에서는 최근 2차전지 분야의 ‘마지막 퍼즐’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 배터리 시장보다 성장 속도 빨라"

24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와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xEV)용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0%(14GWh→415GWh)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예상 성장률인 34%(156GWh→2867GWh)를 넘어서는 수치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배터리 시장 자체보다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수요가 커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벌어진 공급 병목 현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2차 전지의 핵심 원료인 니켈·코발트·리튬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각국 정부의 정책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연내 발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규제 대신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내놓았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자원 안보 시대가 열린 만큼 원자재 공급 측면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고, 그 대표적인 예가 ‘폐배터리 재활용’”이라며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정부가 정밀 타깃팅(targeting)하고 있어 성장 기대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톱5 업체는 상장 '대박'…완성차 업체도 사업 진출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9일 오후 전북 군산시 성일하이텍을 방문, 희속금속 생산 주요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9일 오후 전북 군산시 성일하이텍을 방문, 희속금속 생산 주요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내 기업 중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업체는 단연 성일하이텍이다. 성일하이텍은 유럽의 유미코어(Umicore), 중국의 거린메이(GEM), 화유코발트(Huayou Cobalt), 부른프(BRUNP)와 글로벌 5개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2008년부터 이 사업에 뛰어든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 전자 재활용 전 공정을 처리할 수 있고 대규모 상업화를 성공시킨 업체로 평가받는다.

재활용 처리 공장은 글로벌 주요 대규모 배터리 공장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북 군산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중국·인도·헝가리에 있다. 이들 시설로 연간 6만1000t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다. 성일하이텍은 공모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1066억원으로 국내 3공장 등을 증설해 연간 17만3000t 규모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성일하이텍의 올해 실적 성장성에도 주목한다. 성일하이텍은 증권신고서 기준 올해 1776억원의 매출액과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1분기 영업이익률도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 28일 성일하이텍이 증시에 데뷔 이후 보여주는 주가 흐름이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의 주가에 가늠자가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코스모화학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모화학은 이달 들어서만 28% 넘게 올랐다. 코스모화학은 계열사인 양극재 생산업체 코스모신소재와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점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적극적 투자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완성차 등 대형 업체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와 연계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캐나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의 지분 2.6%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 밖에 대형 업체 중에선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포스코가, 중소형 업체 중에선 에코프로와 고려아연, 하나기술과 이지트로닉스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는 세빗켐도 성일하이텍에 이어 다음 달 코스닥 상장 ‘대박’을 노린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기 때문에 배터리 산업 전체에서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수 있는 산업”이라며 “다만 투자할 때는 해당 기업이 이 사업에서 실제로 실적을 내고 있는지, 테마성으로만 주가가 오르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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