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복제약 만드는 회사가 신약 개발 가능? 렉키로나로 이미 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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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5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 참석한 김성현 셀트리온 의학본부장이 홍보부스에서 자사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소개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복제약만 만들던 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강자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의지를 밝혔다. 김성현 셀트리온 의학본부장은 “복제약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개발 능력부터 자금 확보, 트렌드를 읽는 능력까지 기초 체력을 다지게 됐다"라며 "이제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김 본부장을 만나 지난 9일부터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 참여한 의미와 신약 개발을 향한 포부를 자세히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ESMO에 참가한 목적은

이번 학회에서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복제약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발표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아바스틴과의 동등성을 보여주는 게 주요 목표였는데 약의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점이 크게 없음을 확인했다. 올해 말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셀트리온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왔다.

이미 시장에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가 많지 않나. 왜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나.

그동안 셀트리온이 입지를 굳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외에 항암제에 대해서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베그젤마는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에 이은 세 번째 항암 항체 복제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병원ㆍ정부 등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제품군이 많아야 한다. 제품 자체보다는 셀트리온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베그젤마는 언제 출시되나

베그젤마는 지난달 18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판매 허가를 받았다. 연내에 유럽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준비 중인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있나

오는 2025년까지 5가지 바이오시밀러를 줄줄이 내보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스텔라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천식ㆍ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에 대한 복제약을 준비 중이며 현재 모두 임상 3상에 들어간 상태다.

신약 개발도 하고 있나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직 셀트리온이 관련 약물 개발 경험이 없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 지분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분 투자 외에도 후보물질이나 임상 등 새로운 협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복제약만 만들어왔는데 신약 개발이 가능할까

우리가 다른 회사 못지않게 개발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점이다. 2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1~3상 임상을 다 했고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감염병 질환이 셀트리온의 전문분야도 아니었지만, 자체적으로 제품 개발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신약 분야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