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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에 "女랑 골프여행 가자"…'마약 맥주' 먹여 1억 털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골프여행에 동행한 재력가에게 마약을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 6월 충북 보은의 민박집을 덮쳤을 당시 일당이 피해자에게 마약류가 담긴 커피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 6월 충북 보은의 민박집을 덮쳤을 당시 일당이 피해자에게 마약류가 담긴 커피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일당 10명을 검거, 총책 A씨(51)와 B씨(47·여) 등 6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여성들과 골프여행 가자" 꾀어 사기도박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전과 충북 등에서 골프여행 명목으로 재력가에게 접근한 뒤 도박장으로 끌어들여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 선수(도박장), 보조(카드 교체 및 음료수에 마약을 타는 사람)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 A씨와 모집책 C씨(51)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중견기업 대표와 회사 고위직, 부동산 업계 큰손 등에게 “4명이나 8명이 한 조로 1박2일로 골프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골프여행에는 40~50대 여성들도 동행했다. 피해자를 포함해 동행한 8명 중 7명이 범행에 가담한 일당이었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을 덮쳤을 당시 발견된 커피와 음료수.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을 덮쳤을 당시 발견된 커피와 음료수. 사진 대전경찰청

골프가 끝난 뒤 인근 숙소에 모인 이들은 자연스럽게 카드 도박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마약을 탄 커피나 맥주를 피해자에게 먹이고 이를 틈타 사기도박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평소보다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을 정도 수준의 마약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7명 가운데 마약 성분이 검출된 사람은 2명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골프 동호회 등에서 재력가만 골라 접근 

지난 2월 충북 진천에서 골프를 한 뒤 인근 펜션에서 사기도박으로 5000만원을 잃은 한 피해자 역시 여성이 타준 커피를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이 아는 오빠, 지인이라고 소개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 (내가) 사기도박을 당했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6월 경찰이 충북 보은의 한 민박집을 급습했을 당시 현장에는 8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 가운데 피해자 1명을 제외한 7명이 모두 공범이었다. 당시 피해자는 불과 30분 동안 530만원이나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마약을 탄 커피와 도박에 사용된 불법 카드 등이 발견됐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일면 '탄 카드'.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일면 '탄 카드'.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총책과 모집책 등은 돈을 벌기 위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대상은 주변 지인이나 동호회(밴드) 등에서 돈이 많은 사람을 주로 골랐다. 중견기업 대표나 고위직 등 범행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도 대상이었다.

경찰은 지난 4월 한 제보자로부터 “도박을 했는데 좀 이상하다. 사기도박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를 지인에서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를 설득한 경찰은 그에게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오자 ‘사기도박’을 확신하고 피해자 추적에 나섰다. 이들이 보은에서 다시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현장에서 총책과 모집책 등을 검거했다.

경찰 "피해자들 사기도박 당한 줄도 몰라" 

조사 결과 A씨 등은 도박장에서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 사전에 자리를 배치하고 도박 중간에는 수신호에 따라 게임을 진행했다. 도박을 잘하는 피해자에게는 이른바 ‘세븐 포커’ 도박을 못 하는 피해자에게는 일명 ‘끼워 넣기’라는 도박을 권유했다. A씨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는 모두 7명으로 피해 금액은 1억5000만원가량이다. A씨 등은 현금을 가져오지 못한 피해자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1억원 이상의 수표와 현금도 준비했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필로폰 캡슐과 향정신성 의약품.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필로폰 캡슐과 향정신성 의약품.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아직도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골프장 주변에서 활동하는 사기도박단도 지속해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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