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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신뒤 갑자기 샷 흔들렸다…수억 뜯긴 골프장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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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사기와 사기미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8명에게 법원이 실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중앙포토]

법원이 사기와 사기미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8명에게 법원이 실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중앙포토]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아 내기골프 상대방의 음료에 주입해 마시게 하고 사기도박하는 등 여러 혐의로 함께 기소된 8명에게 법원이 실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공민아 판사는 사기, 사기미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징역 2년4개월, B씨(56)와 C씨(5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40시간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으며, A씨에게 3160만원, B씨와 C씨에게 각 4349만여원의 추징을 명했다.

이 밖에 이들의 범행에 가담해 사기 또는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D씨(43)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으며, E씨(48), F씨(42), G씨(48)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H씨(48)에게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재범예방에 필요한 교육의 수강을 명했다.

A씨, B씨, C씨, D씨는 지난해 7월 28일 강원 원주시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담긴 병원 처방약을 지인 J씨가 마시는 커피에 몰래 넣고, 마시게 한 뒤 동등한 조건에서 내기골프를 하는 것처럼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초반에는 소액으로 내기를 시작했다. 내기가 달아오르자 A씨 등은 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약 1정을 J씨가 마시는 커피에 몰래 탔다.

커피를 마신 J씨는 갑자기 샷이 흔들렸고 신체 기능 및 판단 능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 틈을 타 A씨 등은 내기골프의 판돈을 점차 고액으로 올렸다.

A씨 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J씨를 도박장으로 유인해 일명 ‘훌라’와 ‘바둑이’ 도박을 함께 했다.

J씨와 내기골프나 도박을 할 때는 돈을 따는 일명 ‘선수’와 돈을 잃어주는 ‘바람잡이’ 등 공범 5명도 번갈아 투입됐다.

선수와 바람잡이를 비롯한 A씨 일당들은 서로 패를 공유하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운동 등 신체 기능과 판단 능력이 저하된 J씨를 속여 하룻밤 새 1500만원을 딴 뒤 돈을 서로 나눠 가졌다.

이런 수법으로 같은 해 9월 중순까지 한 달 보름여 간 J씨를 속여 뜯어낸 돈만 16차례에 걸쳐 2억4400만원에 달했다.

또 이들은 이 사건 다음 날인 동년 7월 29일 새벽 원주시 소재 A씨의 사무실에서 J씨를 속이며 도박, 지난해 9월 2일까지 총 6회에 걸쳐 1억68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B씨, C씨, D씨는 E씨와도 공모해 J씨에게 또다른 범행을 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9월 7일 원주시 내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J씨와 내기골프를 하고, 그 다음 날인 그해 9월 8일 C씨의 집에서 J씨를 속이며 도박, 동월 13일까지 총 2회에 걸쳐 24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들 중 일부는 J씨에게 돈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 B씨와 C씨, E씨는 J씨를 상대로 한 추가범행 혐의가 더 있다. 약물을 이용한 사기도박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0일 원주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J씨와 약물 없이 내기골프를 치고, 같은 날 C씨의 집으로 또 유인해 J씨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속이며 도박, 다음 날인 그해 9월 11일까지 13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다.

B씨와 C씨는 F씨와도 공모해 J씨에게 추가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재판을 통해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해 9월 14일에도 원주시 내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넣은 커피를 J씨가 마시게 한 뒤 내기골프를 하고, 다음 날인 동년 9월 15일 C씨의 집에서 J씨를 상대로 동일한 수법으로 도박, 지난해 10월 2일까지 7회에 걸쳐 39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다.

특히 B씨와 C씨는 이 같은 범행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J씨에게 피해사실을 진술하지 않도록 종용도 했던 것으로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A씨 일당은 또 다른 호구인 K씨를 섭외한 뒤 약 탄 커피를 마시게 하고서 같은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3천200만 원을 뜯어냈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23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A씨 등 주범 3명과 범행에 가담한 공범 5명은 결국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주범들은 피해자인 J씨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공범들에게도 허위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모두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결과, H씨는 필로폰이 담긴 주사기를 보관한 혐의 등으로 A씨 등과 함께 기소됐으며, A씨에게 건네 줬던 주사기에는 필로폰 0.21g이 담겨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각 사기범행은 피해자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을 몰래 먹여 피해자들의 재산뿐만 아니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것으로, 그 방법이 불량하고, 범행 횟수가 많다”며 “편취금 합계액도 상당히 고액이다. 관련 수사가 개시된 후 피고인 B씨와 C씨는 피해자 J씨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도록 종용했다. B씨는 공범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 각 (범행) 가담 정도와 횟수, 피고인별 편취금 합계액 등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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