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ㆍ연구소등 「방사성 폐기물」/일반 쓰레기처럼 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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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안전시설ㆍ전문인력도 없이/그냥 태우거나 땅에 파묻어/환경 파괴등 위험 많아
안면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과 연구소ㆍ병원 등에서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의 수거ㆍ처리가 안전에 대한 고려없이 아무렇게나 이루어져 또다른 환경파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은 원전 등 핵폐기물에 비해 위험도가 훨씬 낮으나 계속 축적될 경우 생태계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어 원자력법상 수거ㆍ보관ㆍ처리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사용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고 일반 쓰레기처럼 다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태=현재 대학의 이공계 연구실이나 병원 방사선과에서 연구ㆍ진단ㆍ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탄소 14,요드 125,세슘 137 등이며 사용기관은 88년 5백94곳에서 지난해엔 6백33곳으로 늘어났고 매년 40∼50곳씩 느는 추세다.
원자력법에 따르면 이들 방사성 폐기물은 △일반 쓰레기와 분리,납 등 특수 차폐시설을 마련해 보관하고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전문업자가 수거해 △안전시설을 갖춘 처리장에서 △영구 폐기처분하게 돼 있다. 또 방사성 동위원소의 취급은 자격증 소지자만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기관이 방사성물질 찌꺼기와 오염된 장갑ㆍ솜ㆍ실험기구 등 방사성 폐기물을 별도시설 없이 일반 쓰레기처럼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S대 이공계 실험실의 경우 폐기물을 일반 휴지통에 담아 실험실 복도에 두었다가 많아지면 지하실 일반 창고에 옮겨 보관하고 있다.
H대 자연대는 고체폐기물의 경우 일정기간 일반용기에 보관,방사선량이 약해지면 그냥 태워 버리거나 땅에 묻고 있어 대기ㆍ토양 중으로 방사성물질을 유출시키고 있다. 특히 액체폐기물의 경우 일반 하수구로 흘려 보내거나 심지어 일부는 화장실 세척수로 재활용하고 있다.
84년 일부 실험실에서 요드 125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을 마구 버려 물의를 일으켰던 서울대는 87년6월 교내 환경안전연구소 산하에 독립된 폐기물보관 및 중간처리 시설을 설치,국내 취급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종합적 관리를 하고 있으나 매년 폐기물량이 늘어나 2년 후에는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대책=K대 생화학실험실 연구원 정모씨(29)는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시설이 마땅치 않고 정부에서 수거해가지 않아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릴 때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유일한 폐기업자로 지정받은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최근까지 단 한번도 수거업무를 수행치 않고 있다가 지난 8월말부터 원자력병원 등 일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수거업무를 실시했으나 일반 대학ㆍ병원ㆍ산업체 등까지는 아직 손이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서울대 환경안전연구소장 심정섭교수(공업화학과)는 『완벽한 폐기물처리를 위해서는 대학 등 취급업소별로 안전한 특수차폐 용기를 갖춘 임시 보관시설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 조속히 영구처리장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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