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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尹 친구’ 정진석 체제로…“난 박수 안쳤다” 반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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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의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정 부의장을 모시기로 의총에서 추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총엔 의원 75명이 참석했고, 김웅 의원만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권 대행은 전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2022.9.7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2022.9.7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 부의장은 “4년 동안 끊은 담배를 권 대행이 다시 피우게 했다”면서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결국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달 간의 당 내분과 분열상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정운영에는 대통령실·정부와 집권 여당이라는 두 개의 엔진이 필요하다. 하나의 엔진인 집권 여당이 가동중단 상태다. 이 비상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당초 같은 날 상임전국위원회까지 열어 비대위원 임명까지 마친 뒤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정 부의장의 요청에 따라 상임전국위 개최는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비대위원 인선을 더 고심해본다는 이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권 대행은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할 당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다. 그런데 정 부의장이 여러 이유를 대면서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다시 정 부의장과 통화하고 세 번이나 방(의원실)에 찾아가 설득했다.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한다고 설득했다”면서 “조금 전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줬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새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됐다. 초반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재임명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언급됐다. 당시엔 비대위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결정에 어깃장 놓는 격”이라는 당내 반발이 상당했다. 특히 친윤(친 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주 전 비대위원장이 확실한 우리 편이 맞느냐”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 전 위원장이 고사의 입장을 밝힌 뒤 떠오른 카드가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검사 선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취임준비위원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비대원장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박 전 부의장도 결국 고사했다.

박 전 부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흘 전 권 대행이 전화로 요청이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며 “당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가서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 나로 인해 또다른 분란이 일어나서 당이 안정을 못 찾고 대통령께도 누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부의장은 “(여러 번 요청이 있어서) ‘심사숙고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당 내부적으로 ‘어떻게 민주당에 있던 사람이 하느냐’는 등 여러 이야기가 들려서 결국 오늘(7일) 오전에 (최종적으로)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6일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식 행사 내용과 최종 확정된 외빈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지난 5월 6일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식 행사 내용과 최종 확정된 외빈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권 대행은 박 전 부의장이라고 특정하진 않았지만 “접촉한 외부 인사께서 ‘잘 모르는 당에서 비대위원장을 하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고사했다”고 말했다. 박 전 부의장은 호남 출신으로 통합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에서만 활동했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

결국 초반에 거론됐던 이름 중 하나인 정 부의장이 최종 내정됐다. 이런 결정엔 전날 권 대행의 선수별 의원 간담회에서 나온 “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재선 의원), “당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3선 의원) 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한다. 정 부의장은 2016년 새누리당 시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며 친박(친 박근혜)·비박 갈등을 수습한 경력이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빛이 나는 자리도 아니다. 그래도 당을 잘 아는 인사가 맡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친윤 외 그룹에선 냉소적인 분위기도 있다. ‘돌고 돌아 결국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 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인데, 이곳은 정 부의장의 지역구다. 윤 대통령 정계 입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도 정 부의장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 부의장을 추인한) 의총 분위기를 보면서 씁쓸했다. 그냥 윤 대통령이 친구를 비대위원장 시킨 꼴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윤핵관’ 권 대행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인식이 비주류 그룹에선 강하다.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장 왼쪽은 정진석 의원. 김성룡 기자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장 왼쪽은 정진석 의원.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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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의장이 이준석 전 대표와 관계를 풀어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이번 ‘이준석 사태’의 시발점은 사실 정 부의장과 이 전 대표 사이의 페이스북 설전이었다. 정 부의장은 지난 6월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자기 정치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을 겨냥해 철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의총 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추인 과정에서) 박수 치지 않은 의원들이 많았다”고 썼다. 허은아 의원도 “상당수 의원이 박수를 치지 않았고, 저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총 때 비대위원장 추인 방식에 대해선 조경태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의사결정을 할 때 박수 치고 결정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많이 보는 모습 아닌가”라며 “그냥 박수 치고 끝낸다면 우리 자유우파가 그토록 미워하는 북한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추석 연휴 뒤 새 비대위가 출범하면 사퇴할 계획이다. 8일엔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은 오는 19일쯤 실시된다. 주호영 전 위원장을 비롯해 4선의 김학용·윤상현 의원, 3선의 김상훈·윤재옥·조해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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