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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토끼건빵 주던 모습 생생"…주차장서 못돌아온 노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항 침수 사고로 지하주차장에서 발견 B씨 가족 사진. 오른쪽이 B씨, 오른쪽 세번째가 B씨의 아내다. 사진 유족

포항 침수 사고로 지하주차장에서 발견 B씨 가족 사진. 오른쪽이 B씨, 오른쪽 세번째가 B씨의 아내다. 사진 유족

“큰 오빠가 손주를 유독 예뻐했어요. 이제 가족들과 즐거운 날만 남았는데….”
경북 포항 아파트 침수 사고로 큰 오빠를 잃은 A씨(57)씨는 7일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봤던 오빠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A씨의 오빠 B씨(72)와 그의 아내(65)는 지난 6일 오전 “지하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방송을 듣고 함께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B씨 부부에 대해 “모두 건강했고,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A씨는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조카들이 큰 슬픔에 빠져있다”며 “오빠는 여동생들과 손주를 각별히 아꼈다”고 했다. B씨는 1970년대 말 사우디아라비아에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A씨는 “오빠가 당시 월급 대부분을 부모님께 보내면 학비나 생활비로 썼다”며 “고령임에도 회사에 취업해 지게차 운전을 하는 이유도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고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포항 침수 사고로 숨진 B씨의 아내가 지난 5일 오후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린 마지막 메시지. 사진 유족

포항 침수 사고로 숨진 B씨의 아내가 지난 5일 오후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린 마지막 메시지. 사진 유족

B씨 부부는 2주 전 추석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벌초를 했다. A씨는 “벌초를 마치고 순댓국도 함께 먹고, 용궁역에서 동생들 먹으라고 토끼건빵을 사서 나눠주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딸 바보, 손주 바보였던 오빠가 헌신만 하다 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B씨 부부는 사고 당시 각각 자신의 차량을 빼내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고 사고를 당했다. 6일 오전부터 가족들이 전화를 했지만,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가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오전에는 정전 때문에 연락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B씨의 아내는 가족 단체 채팅방에 5일 오후 5시26분쯤 “건강하게 잘들 보내십시오. 건강·태풍·조심·안전이 최고입니다”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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