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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출장 2주 다녀온 정의선…IRA 현대차 대응방안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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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만난 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만난 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귀국했다. 이에 따라 미 조지아주(州)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이 얼마나 앞당겨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약 2주간의 일정을 끝내고 지난 3일 귀국했다.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아이오닉5·EV6 등 전기차를 모두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발효된 IRA는 소득·차종·부품·판매가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데 2024년부터는 북미산 차량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제 혜택. [자료 로이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제 혜택. [자료 로이터]

이에 따라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다음 달로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출장 전 팻 윌슨 미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만나 관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내부적으론 원안대로 전용 공장을 착공·가동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조기에 착공·가동하자는 아이디어가 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 전기차 회사인 미국 테슬라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전기차 공장을 착공하면 2년쯤 뒤에 가동이 가능하다. 다음 달 조기 착공하면 2024년 10월쯤 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자동차 공장에 라인을 깔고 가동에 들어가면 통상적으로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한 번 공장이 가동되고 라인 안정화가 이뤄지면 1년쯤 뒤부터 증설도 가능하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앞줄 왼쪽)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5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투자 협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이다. [연합뉴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앞줄 왼쪽)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5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투자 협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이다. [연합뉴스]

현대차 사정에 정통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초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쯤 조지아 공장을 가동하고, 2030년쯤 생산 캐파(능력)를 늘릴 계획이었다”며 “미 IRA 시행에 따라 조기 착공, 조기 가동뿐만 아니라 조기 증설까지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신공장뿐만 아니라 기존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전기차 생산 시점도 올해 말에서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기아가 내년에 내놓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도 조기 생산을 추진한다.

지난 2일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인근에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인근에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와 IRA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지난주 기획재정부·산업부·외교부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표단의 방미에 이어 이번에는 안 본부장이 직접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포함한 정부 고위급 인사와 상·하원의 주요 의원을 만나 국내 기업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를 요구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 합의로 ‘미 인플레감축법 우려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도 결의안을 통해 미 IRA가 국제 통상규범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숨 가쁜 움직임과 정부·국회의 총력 지원에도 가장 큰 변수는 노조다. 생산 계획을 변경할 때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현대차그룹이 노조 동의 없이 생산 계획을 앞당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IRA와 관련해 과연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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