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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값 3000원 넘길까...원유·가공유 차등두고 가격 인상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우유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는 그동안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결정 방식을 두고 샅바 싸움을 벌여 왔다. 결국 최근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서 접점을 찾으면서, 묵혀뒀던 올해 원유 가격 조정을 두고 본격적인 씨름에 들어간다.

추석 이후 흰우유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의 한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추석 이후 흰우유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의 한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낙농가와 유업체 등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원유를 흰 우유를 만드는 원유(음용유)와 치즈·아이스크림·분유 등을 만드는 원유(가공유)로 나눠 각각 따로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원유 가격은 낙농가의 생산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해 가격을 결정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한다면 가공유는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 원유를 공급받는 유업체 입장에선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유업체는 정부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낙농가는 농가는 소득 감소를 우려해 반대해 왔다.

정부와 낙농 조합장·생산자단체·유가공협회 등은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생산량의 대부분인 195만t에 상대적으로 높은 음용유 가격을 매기고, 추가 생산되는 10만t에만 가공유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낙농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동의하긴 했지만, 당장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증해 낙농가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젖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621원으로 지난해(447원)보다 38.9% 올랐다. 생산자 측은 그동안 원유 가격 결정제도 개편 논의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던 원유 가격 협상의 개시를 유업체 측에 요청했다.

원유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 우유의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우유 흰 우유 1L의 소비자가격은 전국 평균 2758원(2일 기준), 매일우유 오리지널 900ml은 2715원이다.

지난달 국내 최대 유업체 서울우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격 제도 개편과 무관하게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가격을 L당 58원 올려주기로 했다. 통상 소비자가에는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반영되기 때문에 흰우유 상품의 소매가격이 L당 3295~3338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올해 협상 가격 범위는 L당 47~58원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 커피전문점 등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업체 측은 음용유 195만t이 실제 수요보다 많아 원유 구매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생산자와 유업체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3일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을 만나 “생산자단체가 대승적 차원에서 제도 개편 방향에 합의한 것은 낙농 산업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농제도 개편이 지속가능한 낙농 산업 발전을 위한 것임을 함께 인식하고 노력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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