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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6년전 수사기밀 유출의혹…청문회 흔들 '정운호 게이트'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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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6년 전 사건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검찰·법원 전관 예우 비리가 드러나 법조계를 뒤흔든 ‘정운호 게이트’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수사했던 사건인데 당시 수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6년 만에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는 점 외에 이 후보자 개인 신상 등에 대해 크게 문제될만한 점은 없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청문회가 다소 ‘심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6년 전 사건이 청문회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내정 소감을 밝히기 위해 취재진 앞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내정 소감을 밝히기 위해 취재진 앞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하남현 사회1팀 차장의 픽 :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수사 기밀 유출’ 의혹

‘정운호 게이트’는 당초 원정도박 사건이 법조 비리로 번진 사건입니다. 2016년 당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당시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하겠다거나 보석을 약속하고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가 생긴 분쟁 때문에 법조계 전관 비리가 여실히 드러났죠.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역시 정 전 대표로부터 사업 관련 공무원 청탁, 원정도박 수사 무마 청탁 등 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습니다. 또 당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대표한테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수사를 맡아 핵심 관련자 전원이 실형으로 처벌받도록 했습니다. 최유정 변호사는 징역 5년 6개월, 홍만표 변호사는 징역 2년, 김수천 전 부장판사는 징역 5년형을 각각 확정받았습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난 2017년 8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수원 동기와 40여회 통화…법관 비위 관련 다수 정보 알려줘”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후보자가 당시 김현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40회 이상 통화를 하며 당시 현직이던 김수천 부장판사 관련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점입니다. 이런 정황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1·2심 판결문에 담겨있습니다.

2016년 5월 2일부터 같은 해 9월 19일까지 40회 이상 통화하며 정운호 게이트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을 비롯한 법관 비위와 관련된 다수의 정보를 알려줬다고 판결문에 적혀 있습니다.

이 후보자가 당시 김 감사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이를 두고 이 후보자는 “해당 부장판사에 대하여 법원행정처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비위법관 징계나 인사조치를 위한 절차에 관하여 통보하였을 뿐”이라며 “수사를 성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밀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법사위에서 '전초전'…이원석 적극 변호한 한동훈

야당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미 전초전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날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후보자를 적극 변호했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진행 중인 수사 정보를 어떤 정보라도 알려주는 것은 기밀유출에 해당한다.  

▶한동훈 장관 = 그렇지 않다. 김모 당시 현직 판사의 수뢰 사건이었고, 여러가지 뜨거운 내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원석 (당시) 특수1부장이 서로 소통한 상대방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담당관이다. 법원 내에서의 해당 분야,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가 온 것을 수동적으로 설명해준 것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이 논란을 법적 문제로 비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거란 해석이 나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라는 기관과 수사 정보를 교류한 것이고 비밀로서의 가치도 없어 보인다”며 “기밀 유출이 인정되려면 수사 방해의 목적도 담겨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밀 유출 내용이 수사에 현저한 방해가 됐다고 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넉 달 동안 40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도 문제 될 것 같진 않다”고 했습니다.

법관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정운호 게이트 수사 관련 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들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법관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정운호 게이트 수사 관련 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들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사법 농단과 똑같아…동일 잣대 적용했어야”

그럼에도 검찰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나올 수 있습니다. 검찰은 2019년 3월 이른바 ‘사법 농단’ 수사에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시 2016년 당시 김수천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수사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기 때문이었죠. 신 전 부장판사 등은 1·2·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 데 행정처는 수사관계자로부터 영장청구 등 수사 상황을 통보받았고 언론에도 실시간 보도돼 공무상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사법 농단 수사팀’을 지휘한 사람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장관입니다.

지난달 22일 법사위에서 김남국 의원은 “(기밀 유출 의혹은) 사법 농단과 똑같은 수사였다”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과 한 장관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통에 한 장관이 이에 대한 자세한 해명을 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다만 한 장관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 후보자가 관련 추궁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6년 전 게이트, 그리고 관련 수사가 윤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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