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만화 추방을 위한 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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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흉폭화하는 오늘의 실정에서 청소년의 인성을 파괴하고 좀먹는 음란 만화가 학교 주변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고 스포츠 신문들이 연일 섹스와 폭력을 주제로 한 선정적 만화와 외설물을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성인사회의 부도덕성을 또 한 번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하다.
음란비디오에 못지 않게 음란만화가 이 사회의 퇴폐풍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음란비디오가 성인들의 차지였다면 음란만화는 청소년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 유해성은 더욱 심각해진다.
음란비디오는 가장인 어른이 구입해서 청소년에게 유출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음란만화는 청소년이 직접 빌리거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오염도가 보다 직접적이고 확산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또 만화란 어른들의 차지가 아니고 청소년들의 전유영역이라는 통념 때문에 비록 성인만화라 할지라도 그 해독성과 오염도는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해서 어른을 상대로 하는 성인만화는 용납될 수 있다거나 만화의 유통과정을 이원화해서 음란만화를 청소년들로부터 격리시키자는 주장은 현실성을 잃게 된다.
음란 만화란 현행 형법상의 음란표현물의 단속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대여ㆍ판매할 경우 미성년자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현행법에 명시되어 있다.
어제 청소년에게 음란만화를 대여했던 만화가게 주인 2명이 첫 구속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단속이 때늦은 감이다. 단속이 강화되면 꼬리를 감추고 단속기간이 지나면 다시 창궐하는 음란만화를 성인만화라는 이름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눈감아 주면 그 해독성과 폐단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뿐이다.
따라서 성인ㆍ청소년 만화를 가릴 것 없이 일체의 음란성만화는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퇴치운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외설의 표현기준이 모호함을 기화로 해서 날마나 폭력과 섹스를 주제로 한 이른바 성인만화를 일상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스포츠 신문의 만화도 차제에 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종교단체와 시민운동으로 전개된 바 있는 불량만화 퇴치 캠페인에서 지적되었 듯 스포츠 신문들의 섹스ㆍ폭력 일변도의 만화가 버젓이 나돌고 있는 한 영세업자들의 음란만화 단속은 법의 형평을 잃게 된다.
스포츠 신문은 몇달에 걸쳐 낯 뜨거운 정사장면을 연재하고 있고 선정적 컷을 원색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을 덧붙여 소설 아닌 외설을 연일 싣고 있다. 성인만화라는 미명으로,가정과 사무실 배달판이 다른 이원적 유통구조라는 핑계를 대며 섹스와 폭력의 오염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 언론 매체의 상업주의와 선정주의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음란만화ㆍ음란비디오의 퇴치는 공념불일 수밖에 없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는 법의 무원칙성을 다시 되풀이할 뿐이다.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스포츠 신문의 선정주의는 자제되어야 하고 자정의 노력을 실천적으로 보일때가 되었다. 바로 그러한 자제와 자정의 결단이 음란만화 퇴치운동의 첫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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