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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소환 통보…정국 태풍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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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일 오전 검찰로부터 “9월 6일 오전 10시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는 소환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지 나흘 만이다. 대선후보 출신의 제1 야당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극히 전례가 드물다. 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수사를 제대로 받으라”며 압박했다. 여야 대치 정국이 심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은 우선 지난해 10월 20일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이 대표가 경기도 국정감사에 경기지사 자격으로 출석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장 시절인 2015~2016년)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허위라며 고발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요구한 출석 여부와 관련해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전달해 온 문자를 읽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찍힌 휴대전화 화면에선 최측근 참모인 김현지(전 경기도청 비서관) 보좌관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전 처장을)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보낸 문자가 적혀 있었다.

김 보좌관은 이 대표가 2000년대 초반 성남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인연을 맺은 대표적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의원실 4급 상당의 보좌관으로 임용됐다.

김 보좌관을 비롯해 참가자 8명으로 구성된 텔레그램 대화방 이름은 ‘818호’로, 이 대표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번호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로 닥쳐오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국토부가 협박해 백현동 땅 용도변경” “김문기 몰랐다” 이재명 대선 때 발언 문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며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해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발언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사실이 일부 취재기자의 증언으로 확인됐는데도 ‘묻지마 소환’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 야당을 와해하려는 정치탄압에 대해 민주당은 물러설 수 없다.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친이재명(친명)계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표에 당선된 뒤) 이렇게 곧바로 정치보복을 시작할지는 몰랐다”며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일단 소환부터 해서 망신이라도 주겠단 속내가 졸렬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바닥에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가”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 “떳떳하면 소환 조사에 응하라”고 압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정치탄압이라는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대선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내용”이라며 “이 대표는 국민이 가진 의혹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김현지 보좌관이 ‘전쟁입니다’라고 보고했는데 검찰의 출석 요구가 터무니없는 전쟁이라는 말인가”라며 “법과 상식을 지키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라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선거법 사건은 9월 9일이 공소시효 만료이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하려면 지금 출석 요청을 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이 대표 측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소위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추진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해놓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건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 소환 통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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