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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록 깨지나… 일본의 괴물타자 무라카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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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쿠르트 스왈로스 페이스북 캡처

야쿠르트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쿠르트 스왈로스 페이스북 캡처

19년 만에 아시아 최고의 대포가 바뀔지도 모른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22)가 이승엽(46)을 뛰어넘을 태세다.

야쿠르트 4번타자 무라카미는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웠다. 5연타석 홈런. 7월 31일 한신 타이거스전 7회와 9회, 연장 11회에 3연타석 홈런을 친 데 이어 8월 2일 주니치 드래곤스와의 경기 1회와 3회에도 담장을 넘겼다.

MLB에선 2020년 호세 아브레우(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총 43번의 4연타석 홈런이 나왔다. KBO리그도 박경완, 야마이코 나바로, 윌린 로사리오(한화 이글스) 등 3차례 기록이 있었다. 대만리그도 4연타석 홈런이 최고 기록이다.

무라카미의 방망이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8월에만 12개의 홈런을 쳐 어느덧 49홈런에 도달했다. 타자친화적인 진구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놀라운 페이스다. 홈런 뿐 아니라 타점(120개), 타율(0.339)도 센트럴리그 1위다.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트리플크라운(타율·타점·홈런 1위)이 유력하다.

야쿠르트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쿠르트 스왈로스 페이스북 캡처

야쿠르트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쿠르트 스왈로스 페이스북 캡처

무라카미는 최근 100볼넷 기록도 달성했다. 상대투수들이 무라카미와 승부를 피하기 때문이다. 8월 24·25일 히로시마 카프전에선 이틀 연속 고의볼넷 2개를 얻었다.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4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라카미는 한·일 프로야구의 전설들도 소환했다. 마쓰이 히데키와 오 사다하루(왕정치), 이승엽이다. 마쓰이는 2002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50홈런을 기록했다. 무라카미가 한 번 더 아치를 그리면 일본인 타자로는 20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밟는다. 마쓰이를 존경해 같은 등번호(55번)를 달았던 무라카미에겐 의미있는 기록이다.

산술적으로 무라카미는 58~59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이대로라면 오 사다하루(1964년·55개)와 이승엽(2003년·56개)을 뛰어넘어 아시아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무라카미(村上)가 신(神)처럼 잘 쳐서 음이 같은 한자를 차용해 '무라카미(村神)'로도 불린다.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세운 NPB 최다홈런(60개)도 사정권이다.

무라카미는 고교 시절 야구 선수였던 아버지와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형제가 모두 야구를 시작했고, 둘째인 무라카미의 재능이 가장 뛰어났다. 키 1m88㎝, 체중 98㎏의 당당한 체격의 무라카미는 뛰어난 힘에 빠른 스윙을 더해 규슈가쿠인고 시절 52개의 홈런을 쳤다.

하지만 야쿠르트는 무라카미를 지명할 생각이 아니었다. 고교에서 통산 111홈런을 친 괴물 기요미야 고타로 때문이었다. 일본프로야구는 1차지명의 경우 12개 구단이 선수를 나란히 지명할 수 있다. 복수 구단이 지목한 선수는 추첨으로 교섭권이 주어진다.

야쿠르트는 기요미야를 선택했으나, 7개 구단에 지목한 기요미야는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했다. 야쿠르트는 다시 3개 구단과 경쟁을 펼쳤고, 무라카미 지명권을 얻었다. 기요미야를 뽑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론 행운이 됐다. 기요미야는 올 시즌 홈런 13개를 치는 데 그치고 있다.

고교 시절 주로 포수로 뛰었던 무라카미는 3루수로 전향했다. 입단 2년차인 2019시즌 36홈런을 터트려 신인왕을 받았고, 2020년엔 3할대 타율(0.307)을 찍었다. 지난해엔 39홈런을 때리며 MVP와 우승,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데뷔 초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약했지만, 극복해냈다.

미국에서도 무라카미는 관심의 대상이다. 스포팅 뉴스는 "무라키미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에서 5년간 48홈런 밖에 치지 못했다. 부드러운 스윙과 파워까지 갖춘 무라카미는 일본 최고 타자"라고 칭찬했다. 다만 25세 이하 선수는 MLB 국제 자유 계약 규정을 적용받는다. 계약금을 많이 받을 수 없다. 무라카미가 미국행을 서두를 지는 미지수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타율 0.333, OPS(장타율+출루율) 1.007로 활약했다. 미국과 결승에선 선제 결승포를 터트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년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입장에서도 경계대상 1호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라운드를 통과하면 2라운드에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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