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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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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한영익 정치에디터

헌법상 탄핵심판 대상이 되는 공직자 가운데 실제로 탄핵이 된 사람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국회에서 소추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받은 사람도 3명에 불과하다. 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 임성근 전 판사(2021년)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과 임 전 판사 탄핵소추안은 각각 기각·각하했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간 사례 3건 가운데 2건이 최근 5년 내에 이뤄졌다는 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애당초 한국 헌정사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표결까지 간 경우가 드물었다. 유태흥 전 대법원장은 1985년 독재정권에 저항한 판사들을 좌천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표결이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편파수사와 정치중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발의된 김도언(1994년)·김태정(1999년) 전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역시 모두 국회 표결 단계에서 부결됐다. 여당이 다수당이었던 만큼, 야당 역시 가결을 기대하진 않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소수 야당이 발의·표결을 통해 정치적 시위를 한 것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가 전례 없이 자주 이뤄졌다. 보수 야당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다. 홍 부총리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문제 삼았지만, 기간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반면 ‘조국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극한 갈등을 연출했던 추 전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표결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여서 부결이 자명했지만, 표결 이후 민주당 내 이탈표 여부를 두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며 정치적 전선은 더 선명해졌다.

원내 169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출범 하루 만인 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장관이 탄핵의 요건을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 국회가 가진 기본권이 탄핵인데,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국회도 무능하게 되는 것”(서영교 최고위원)이라면서다. 한 장관도 “할 일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어느새 장관 탄핵 공방도 국회의 일상이 되고 있다. 정치 양극화의 낯선 부산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