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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선수와 병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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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병역 회피 논란으로 ‘제2의 유승준’이라 지탄받던 축구대표팀 출신 공격수 석현준(31)이 마침내 귀국한다. 신변을 정리한 뒤 조만간 한국으로 건너와 병역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받고, 군 복무도 이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병무청이 정해준 기한을 넘겨 프랑스에 무단 체류하며 병역 기피자 명단에 오른 지 3년 만이다.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이라면 예외 없이 수행해야 한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인 군 입대 연령인 20대 중후반은 운동선수들의 전성기와 대략 겹친다. 운동 능력이 절정에 오른 시기에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늘도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복으로 갈아 입는다.

운동선수가 입대하지 않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길도 있다. ‘예술·체육요원’에 편입하면 된다. 국위 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의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한 제도로 1973년 탄생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다만 진입 장벽이 높다.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 3위 이상(금·은·동) 입상자’ 또는 ‘아시안게임 1위(금)로 입상자’로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다.

한창 때 군 입대하는 게 부담스럽고, 예술·체육요원 발탁의 문은 좁다 보니 석현준처럼 검은 유혹에 빠지는 스포츠 선수들이 종종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무대에서 2승을 거둔 배상문(36)이 해외 체류 연장을 위해 행정 소송까지 제기했던 과정은 석현준과 비슷했다. 하지만 패소한 뒤 2015년 귀국과 함께 현역 입대해 소총수로 군 복무를 마쳤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했던 백차승(42) 케이스는 정반대다. 2000년 병역 기피자 명단에 올랐고, 5년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스스로 한국 국적을 버렸다. 2016년 국적 회복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병역 기피 목적이 명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프로야구 NC 2군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인 현재까지도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신분이다.

석현준은 두 사례의 중간 단계다. 다만, 뒤늦게나마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결심했다는 점에서 향후 삶의 터전을 국내에 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