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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 "北, 협상 테이블 돌아와야"…'조건 없는 대화' 강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2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미국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나는 단순히 핵실험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 모든 관계국이 노력했던 그때의 관계로 돌아가 김정은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북 경제 제재의 실효가 적다고 지적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제재는 도구지, 정책이 아니다. 제재는 영향력을 끼치는 방법의 하나고, 특정 요인이 있을 경우 가장 효과적"이라며 "북한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 묶여있지 않고, 여론이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으로부터의 누출이 존재해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달 10일, 16개월만의 주한 미 대사 공백을 메우고 부임했다. 그는 볼리비아와 필리핀 대사 등을 거쳤으며 오바마 정부서 국무부 유엔(UN)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 국무부 정보조사국 담당 차관보 등을 역임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꼽힌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29일 오후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열린 대담회에서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29일 오후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열린 대담회에서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경제력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외교·경제·군사·문화적 강자(powerhouse)로 진화했다”며 “미국은 한국이 세계에서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고 했다. 한미 동맹을 ‘철통’(ironclad)이라고 표현한 그는 “양국 관계의 초점은 안보, 특히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협과 동북아 지역 불안정에 머무를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신장 위구르 학살', 러시아 전쟁 규탄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 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나 러시아,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국제질서에 기초한 규정들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훼손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활동에 반대하기 위해 협력 중이라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중국은) 신장에서 무슬림 위구르족과 종교 소수자들에 대한 대량학살과 반인륜적 범죄를 이어가고 있고,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계에 러시아의 부당하고 계획적인 공격 행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일본·대만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협력은 강조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일이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고취하기 위해 협력하면 지역 안보와 번영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한미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국과도 협력해야 한다. 양안 관계는 무력이나 강압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성 소수자 인권에 적대적인 한국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취지의 서울대 학생의 질문엔 "한국의 문제로 한국인들이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대표단으로서, 우리는 인권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문화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라는 걸 알고 있다”며 “한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포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대사는 그러면서 "성, 인종, 출신 국가, 장애, 성적 지향은 누군가를 소외시킬 핑계가 될 수 없다"며 "한미 양국은 재능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에 힘을 실어주고, 시민들 간의 교류를 강화하도록 국내외 포괄적 협력관계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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