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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뜨는 '아르테미스'…먼저 간 韓 '다누리호'가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0년간 멈춰있던 ‘인류 달 착륙 프로젝트’가 재가동된다. 달에 첫 발자국을 남겼던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힘을 보탠다. 단순히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뿐 아니라, 그 너머 ‘심우주(深宇宙·deep space)’ 탐사의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른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lan)’으로 명명된 이번 달 탐사에서 한국은 10번째 협정국가로 참여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대형 로켓이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발사시스템(SLS)으로 불리는 이 로켓은 사상 최대의 추력을 자랑한다. 사진 NASA

아르테미스 계획의 대형 로켓이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발사시스템(SLS)으로 불리는 이 로켓은 사상 최대의 추력을 자랑한다. 사진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9일 오전 8시 33분(한국시간 오후 9시 33분) ‘아르테미스 계획’ 1단계 활동의 핵심인 대형 로켓(mega rocket)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메가 로켓’이란 이름이 붙은 만큼 지금까지 인류가 쏘아 올린 로켓 가운데 가장 큰 추력(推力)을 자랑한다. 이 로켓은 ‘우주발사시스템(SLS)’이라고 불리며, 유인 캡슐 ‘오리온(Orion)’을 달 궤도에 올려 약 42일 동안 탐사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계획 로고

아르테미스 계획 로고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 ‘아르테미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년간 중단됐다.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적 한계도 있어서다. 1980년대부터는 우주왕복선 계획을 진행했고, 최근 들어서는 화성 등 태양계 탐사나 우주망원경을 통한 은하계 탐사 등으로 지평을 넓혔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문 퍼스트(Moon first)’ 정책이 시작되면서 유인 달 탐사 계획이 부활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자 태양신인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다. 최초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었던 ‘아폴로 계획’의 뒤를 잇는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2025년 최초로 여성 우주인의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프로그램 이름과 맥락이 닿는다.

29일 SLS에 실려 발사되는 유인 달 탐사선 오리온(Orion). 이번 발사에서는 인체 더미가 탑승하지만 2024년에는 우주인을 태우고 달 궤도에 올라간다. 사진 NASA

29일 SLS에 실려 발사되는 유인 달 탐사선 오리온(Orion). 이번 발사에서는 인체 더미가 탑승하지만 2024년에는 우주인을 태우고 달 궤도에 올라간다. 사진 NASA

SLS는 총 길이 98.1m, 32층 건물 높이의 거대 로켓이다.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로켓(111m)보다 짧지만 최대 추력은 15% 큰 400만㎏에 달한다. 이번에 달 궤도에 올려놓는 오리온 유인 캡슐에는 사람 대신 우주복을 입은 더미(모형 인체) 3개가 탑승한다. 캡슐과 장비 등이 달 탐사에 문제가 없을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더미는 인체와 같은 골격과 장기, 조직 등을 갖췄고 5600여 개의 센서와 방사능 감지기 34개가 달려 있어 탐사 과정에서 인체가 받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 vs 미국 우방 진영 경쟁

60~70년대 아폴로 계획은 단순히 인류를 달에 보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을 ‘전초기지’ 화성 등 심우주 탐사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다. 2025년 우주인 달 착륙에 이어 ‘인류의 지속가능한 달 방문 실현’을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다.

2025년 예정된 유인 달 탐사의 상상도. 오리온 우주선에서 달 표면을 바라보는 우주인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 NASA

2025년 예정된 유인 달 탐사의 상상도. 오리온 우주선에서 달 표면을 바라보는 우주인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 NASA

달 궤도 상에 전초기지이자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를 올려놓고 다음 단계로 화성 탐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달 표면에 통신과 발전, 우주인 거주가 가능한 달 기지 건설도 추진한다. 이에 앞서 로봇을 통한 달 탐사 등이 이뤄지며, 지금까지 인류가 접근하지 못했던 달의 남극 지역도 탐사 대상에 포함했다.

아폴로 계획이 미국과 소련의 우주 탐사 경쟁이었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협력체계가 가동된다. ‘아르테미스 약정’에는 한국과 일본·영국·호주·이탈리아·캐나다 등 미국 우방 20여 개국이 참여한다.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탑재한 무인 로봇 탐사차(로버)가 달 표면을 조사하는 상상도. 지난 5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이 제공한 것이다. EPA=연합뉴스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탑재한 무인 로봇 탐사차(로버)가 달 표면을 조사하는 상상도. 지난 5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이 제공한 것이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이후 ‘창어계획(嫦娥工程)’이라 이름 붙인 독자적인 달 탐사계획을 진행 중이다. ‘우주강국’ 러시아 역시 지난해 중국과 국제달연구기지(ILRS) 의향선언문을 채택하고, 소유즈 우주선을 통한 달 탐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러시아의 달 탐사 진영과 미국 주도의 달 탐사 진영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아르테미스 참여, 한국의 이해득실은

한국은 이달 초 달 탐사궤도선 ‘다누리호’를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9’ 발사체에 실어 띄워 올렸다.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이어 본격적인 우주 탐사에 나섰다는 의미가 크다.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이 성공하면 올해는 한국 ‘우주탐사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 첫 달궤도선 다누리호가 5일(한국시간) 오전 8시8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자에서 스페이스X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첫 달궤도선 다누리호가 5일(한국시간) 오전 8시8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자에서 스페이스X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에는 NASA의 ‘섀도 캠’이 실려있다. 이 카메라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한 달 극지방의 영구 음영지역 촬영을 담당한다. 아르테미스 약정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달 탐사 협력 차원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아르테미스 계획에 대해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며 유엔 ‘우주조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분쟁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약정이 67년 발효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기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주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우주조약 내용과 달리 연구 목적의 광물 채굴 등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희토류 등 희귀광물을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29일 SLS에 실려 달 궤도에 진입하는 달 탐사선 오리온에 탑승할 인체더미. 달 탐사 활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센서가 부착돼 있다. 사진 NASA

29일 SLS에 실려 달 궤도에 진입하는 달 탐사선 오리온에 탑승할 인체더미. 달 탐사 활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센서가 부착돼 있다. 사진 NASA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아르테미스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서방국이 블록화한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략적인 참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법 전문가인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주조약은 우주 자원을 한 국가가 전용할 수 없게 했는데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우주 자원 채취를 ‘국제공역’의 개념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셈인데 참여국은 관할을 정해 자원을 이용하겠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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