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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검 "검수원복 시행령 고쳐도 수사공백"…의견서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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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검찰청이 29일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한다. 대검은 이를 위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해 내부 검토의견을 정리해 왔다. 이날은 법무부가 지난 11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대검이 29일 법무부에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관련한 검토의견을 제출한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대검 현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대검이 29일 법무부에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관련한 검토의견을 제출한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대검 현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대검은 법무부에 제출할 의견서에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기본적인 찬성 입장을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추가적인 수사 공백이나 법체계의 문제 등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하면 자동으로 대검도 자체 의견을 취합·검토해 제출하게 된다”며 “내용을 좌우하기보다는 일선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나타난 실무상 문제점을 꼼꼼히 점검하는 차원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청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경찰청은 지난 26일과 지난 22일 “시행령 개정안은 위헌·위법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검찰청법 4조) 시행령 개정안은 잘못된 법 문언 해석에 따른 잘못된 입법안으로 ▶검찰청법 개정의 입법 취지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했으며 ▶따라서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무효라는 것이다.

민주당 “위헌” 의견서…檢 안팎선 오류 지적

민주당은 A4 22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형벌, 조세 등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다루는 법률에 대하여 대법원과 행정기관은 일관되게 법 문언상 ‘등(等)’을 열거적 의미(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한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로 해석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본권 제한 취지의 내용이 담긴 가맹사업법의 입법례는 다르다. 이 법 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발생할 손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비하여 과중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위’(5호)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기준을 규정하는 이 법 시행령의 12조의2에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발생할 손해’ 외에 ‘당사자 간 귀책사유 유무 및 정도’ ‘해당 업종의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 추가돼 있다. ‘등’을 열거적 의미가 아닌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예시적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와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같지 않다”며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 또는 수사 의뢰 하도록 규정한 범죄를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포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최초의 수사를 개시하지 않더라도 해당 범죄를 수사하는 것 자체에는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5·18진상규명법, 공정거래법 등은 위원회 자체 조사 뒤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에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범죄 혐의가 부패·경제범죄가 아니라면 사건을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해야 하고 검사는 그 이후 직접 관련성이 있는 보완수사만 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개별법의 취지는 검사에게 고발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한 취지인데 검사가 스스로 수사할 수 없다는 해석은 법 체계상 모순”이라며 “5·18진상규명법, 공정거래법, 세월호진상규명법에 규정된 사건은 수사에 준하는 조사가 이뤄진 뒤 고발되기 때문에 다시 경찰에 이송하면 수사가 불필요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가운데)이 지난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민주당 의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같은 당 김승원 의원, 오른쪽은 이수진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가운데)이 지난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민주당 의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같은 당 김승원 의원, 오른쪽은 이수진 의원. 뉴스1

野 “수사 개시는 못 해도 수사는 가능”, 檢 “모순”

‘수사 개시’라는 개념이 법률용어가 아니라서 쓰임새가 모호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전 의정부지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사 개시’의 개념을 “고소·고발을 받아 수사를 시작하거나 인지보고서를 쓰고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2대(부패·경제) 범죄 외에는 검찰에 수사개시권이 없으므로 검찰이 인지는 물론 고소·고발장을 받아도 수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무고·위증과 같은 사법질서 저해범죄도 시행령에 포함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무고는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위증은 공판 단계에서 인지할 수 있어 사실상 검사만 수사해 오던 범죄”라며 “민주당 논리대로면 사법질서 저해범죄는 인지가 불가능한 경찰만 수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법체계를 흔드는 거짓말 범죄들이 ‘중요 범죄’가 아니라면 무엇이 중요 범죄냐”며 “이번 시행령 개정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증발했던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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