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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대표, 팬덤·막말정치 끊고 협치 나서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사당화’ ‘방탄’ 논란 끝 사법리스크 안고 출범

당내 쇄신하고, 정부 여당과 민생 입법 물꼬 터야

이재명 의원이 어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흐름을 보인 판세에 이변은 없었다. 대선과 연이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한 당내 반발은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열성적 목소리에 묻혔다. 이 신임 대표는 2년간 민주당을 이끌며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특히 국회 169석의 거대 야당 대표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정치 쇄신과 협치를 실현해야 할 책무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이 대표의 우선 과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처다.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쌓여 있다. 몇몇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당헌만 놓고 보면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직이 정지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치 탄압으로 인정되면’ 당 대표가 주도하는 당무위원회에서 이를 취소할 수 있게 전당대회 직전 당헌을 바꿨다. 한 차례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이틀 만에 재상정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이재명 사당화’ ‘방탄 당헌 개정’ 등 비판이 거셌다. 혹여라도 ‘정치 보복’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사당화 비판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야권에서 당장 “사법리스크는 당당하고 크게 나가야 한다(박지원 전 국정원장)”는 주문이 나오는 것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그만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원직과 대표직을 차지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를 황폐하게 만드는 팬덤정치, 막말정치와도 결별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대목은 코로나로 피폐해진 민생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직면한 나라 살림을 돌보는 데 여야가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민의 살림살이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삼각 파고에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의 잘못과 독주에 대해선 야당으로서 응당 견제가 필요하겠지만, 민생 입법에는 손을 맞잡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강성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대여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강성 인사에게 좌우돼선 안 된다. 쇄신을 통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야당도 국정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위해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회동에서는 여야  중진협의체 구성이 거론된 바 있다. 협치의 물꼬를 트는 가시적 조치가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