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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상 첫 네 번 연속 금리인상…2% 저성장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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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대 물가 잡는 게 급해 금리 올리지만

고물가·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

한국은행이 어제 사상 처음으로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 경제가 비상상황임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오른 2.5%가 됐다. 일단 미국의 기준금리와 같아졌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3.4%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금리 인상의 충격파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은 성장보다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부터 6%를 넘더니 7월에는 6.8%까지 치솟았다.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올해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8년 4월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은 시중의 자금 순환을 둔화시켜 경제 성장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물가 오름세가 여전한 가운데 성장까지 주춤하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을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 그나마 한국은 미국·유럽보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서 충격파가 계속 밀려온다는 점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월(9.1%)보다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8.5%로 높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한은도 네 번 연속 금리 인상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10,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서민과 취약계층에겐 혹독한 경제 한파가 몰려온다는 의미다. 국내 가계부채는 올해 6월 말 1869조4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조만간 7%까지 치솟게 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선 가운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치솟는 여파로 가계 소비가 둔화하면서 성장률도 가라앉게 되는 상황이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6%에 이어 내년에는 더 낮은 2.1%로 제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대립이 계속되는 등 국제 정세가 호전되지 않고 있어 1%대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둔화도 악재다. 그 충격이 최근 본격화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3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정부 지출로 재정이 4년 전부터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에 경기부양에 동원할 재정 여력도 소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달러당 1350원에 달하는 환율을 우려하면서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자”고 강조한 이유도 이 같은 경제 상황을 우려해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투자 심리를 살리고 규제 혁파에 매진해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2%대 저성장에 접어든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