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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깜빡, 회의서 실수 연발...그래서 퇴사한 중년의 충격 결말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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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영순 순천향의대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 

직장에서 사소한 업무를 잊어버리는가 하면 중요한 회의에서 실수를 반복하던 A씨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사회생활에 소극적이었던 A씨는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는 집 안의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아졌고 한 달 만에 방문한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자 결국 가족과 함께 신경과에 내원,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진단받았다. 환자의 가족력상의 특이 사항은 없었으며, 술이나 약물 복용력 또한 없었다.

후천적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력을 포함한 다발성 인지기능장애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상태를 치매라 일컫는다. 치매는 단일 원인 또는 단일 병리 과정에 의해 생기는 특정 질병이 아니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이 중 대표적인 원인 질환 중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기억장애와 언어장애, 지각과 구성 장애, 실행증, 전두엽 집행기능장애, 행동심리증상 등을 보인다. 기억장애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 가장 초기에 나타나며, 가장 흔한 증상이다. 얼마 전에 나눴던 대화나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먼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옛 기억은 상대적으로 잘 유지돼 치매를 의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병이 진행될수록 본인의 출생지, 결혼 시기 등 오래된 기억도 하지 못한다.

시공간 지각 장애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흔한 초기 증상이다. 그림 그리기 등 구성 능력에 장애가 생기고, 주변과 자신에 대한 지남력(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거나, 오랫동안 살던 집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한다. 운전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얼굴인식불능증 같은 시각적 실인증이 나타난다. 대화 중에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이름대기장애도 비교적 초기부터 나타난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실행증이 나타나는데, 잘 사용하던 일상 도구의 이용이 어려워지거나 익숙했던 손동작이 서툴러질 수 있다.

행동심리증상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보호자와 간병인에게 큰 고통을 주고 결국 요양시설과 같은 의료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행동심리증상인 경우가 많다. 행동증상은 공격성 증가, 의미 없는 배회, 부적절한 성적 행동, 소리 지르기, 욕하기, 불면증, 과식증 등이고 심리증상은 불안 및 초조, 우울증, 환각, 망상 등이 있다. 특히 공격성의 증가는 보호자와 간병인에게 가장 부담이 되고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이상행동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20~50%에서 발생한다.

치매는 증상 및 진행되는 증상도 다르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관리 및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단순히 치매를 기억장애로만 생각하거나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방치하지 말고 치매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양영순 순천향의대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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