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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전 정권 핑계 안 통해…당정 하나 돼서 민생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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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여당·정부·대통령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와 당 소속 국회의원 98명, 각 부처 장차관 및 외청장 63명 등과 함께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6분 만찬장에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참석자 기념촬영 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참석자 기념촬영 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적인 여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이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을 생각할 때 모든 어려운 문제가 다 해소되고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술 반입이 금지된 만찬장에서는 오미자주스로 건배가 진행됐다. 권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도약! 함께! 함께! 함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2시간30분 넘게 만찬을 함께한 뒤 의원, 당직자들과 일일이 기념 촬영을 했다. 또 만찬장을 떠나기 전 마이크를 잡고 “털썩 주저앉아 밤새워 얘기하고 싶은데 가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외치며 화답했다.

이지성 ‘성인지 감수성’ 논란 발언 사과

이번 국민의힘 연찬회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탓에 2년여 만에 열렸다. 새 정부 초반의 낮은 국정 지지율과 당의 내홍을 극복해 심기일전하자는 게 연찬회의 취지였다. 낮 12시 넘어서부터 속속 연수원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맞춘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명찰을 달았다. 주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여당이 되고 처음 열리는 연찬회라 훨씬 어깨가 무겁고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민의 지지로 국정 동력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한 이지성 작가의 특강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책자에 메모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정작 화제로 오른 건 이 작가의 발언 하나였다.

이 작가는 “국민의힘에는 젊음의 이미지, 여성의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보수 정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할아버지 이미지”라며 “배현진씨, 나경원씨도 있고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아내 차유람씨)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날 것 같다(고 아내에게 말했다)”고 했다. 당구선수 출신인 차유람씨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월 입당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요. 대체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이라고 썼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 작가의 발언 문제를 “‘아름다운’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한 것과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지자 주 위원장은 “앞뒤를 자세히 보니까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은 이번엔 과거 연찬회와 달리 연수원 내 술 반입도 금지하는 등 구설을 경계했다. 그런데도 또 논란이 생기자 “매번 조용한 연찬회가 없다”는 한탄도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뼛속까지 ‘꼰대’ 정당임이 드러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논평했다.

이 작가는 페이스북에 “농담으로 한 말” “발언 하나를 붙들고 이렇게 반응하시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썼다가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이 글을 지우고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부인 차씨도 “김건희 여사님, 나경원 (전) 의원님, 배현진 의원님께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께도 거듭 송구스럽다”고 했다.

윤희숙, 이준석·윤핵관 모두에 쓴소리

이날 이 작가의 강연에 이어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의 ‘연금개혁 쟁점과 방향’, 윤희숙 전 의원의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제’ 특강도 열렸다.

윤 전 의원은 “하루하루 서로 싸우는 집단은 목표가 없는 집단”이라며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개인에게 불법 의혹이 터졌을 때 보통 국민이라면 자리를 지키면서 소송을 불사할 것이지만, 공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공동체의 명예가 중요하니 내 자리를 내놓고 내 명예는 알아서 회복하겠다(고 할 것)”고 했다.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의원은 또 “반대 상황에선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으면 이때다 (하고) 복마전에 들어간다. 내 힘을 키워야지(라고 생각한다), 민간 회사에서 많이 보이는 행태”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밀어내기’ 의혹을 받는 일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연찬회를 향한 관심사 중 하나는 전당대회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였다.

주 위원장은 연찬회 둘째 날인 26일 오전 자유토론 시간에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결론이 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 사실은 전당대회 시기 결정은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에게 맡겨져 있다. 여러 의견을 듣고 비대위에서 결정하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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