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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댐 예고 없는 방류…북한, 언제까지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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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기록적인 호우와 장마가 길어지는 올여름. 경기도 연천군·파주시 등 접경지역 임진강변 주민들의 긴장감은 높다. 큰비가 계속되는데 강물이 갑자기 확 불지 않을지 하는 걱정에서다.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이 예고 없이 방류될 경우 임진강 하류 우리 지역에 물난리와 인명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총 저수량 3억5000만톤 규모의 대형댐을 조성한 10여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황강댐과 우리 측 대응 댐인 연천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 총저수량 7100만톤) 간 거리는 57㎞로 가깝다. 군사분계선 북쪽 42.3㎞ 거리에 있는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연천·파주 지역 피해가 커진다. 황강댐은 군남댐보다 5배 규모가 크다. 군남댐이 황강댐의 방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6월 29일 군남댐이 물을 방류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군남댐이 물을 방류 중이다. [연합뉴스]

그동안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연천·파주 지역 피해가 잇따랐다. 2009년 황강댐 무단 방류로 야영객 6명이 숨졌고, 이후에도 해마다 야영객 대피, 어선 유실 및 어구 손실 등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8월에는 주택 71가구가 침수되고 군사시설 141곳과 하천 44곳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통일부는 지난 6월 28일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 홍수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북측에 댐 방류 시 사전 통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6월 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통보 없이 황강댐 방류를 시작한 데 이어 올여름에도 예고 없이 수시로 황강댐의 수문을 개방했다. 정부는 북한이 6월 말부터 북한 지역 강우 상황에 따라서 황강댐에 대한 방류와 중단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남북 실무접촉’을 하고 북한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2010년까지 지켜지다가 2011년 이후 거의 무시되고 있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인 임진강은 북한에 강 상류가 있다. 유역의 3분의 2가 북한에 속해 있어서 남북 간 댐 운용 정보 교환이 매우 중요한 하천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기후 여건은 지구 온난화 등 영향으로 긴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태풍도 피해갈 수 없는 위험 요인이다.

북한 당국의 예고 없는 댐 방류는 ‘남측 피해는 상관할 바 아니다’는 식의 무단 방류나 마찬가지다. 수문 개방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북한 당국은 비(非)군사적·비정치적인 이슈인 재난 예방에 협조적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북한 당국이 댐 방류를 사전에 알려준다면 경색 국면에 놓인 남북관계 개선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