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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교육부 장관 장기 공석, ‘백마 탄 초인’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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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육부 장관이 공석이다. 검증 과정에서 사퇴했거나 조기 퇴진한 장관이 교육전문가가 아니거나 교육계를 잘 몰라서 낙마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성공적으로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한 인물들도 비전문가이거나 비교육계 출신인 경우가 꽤 있다.

정부를 달리하며 두 번이나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던 안병영 전 장관은 최근 사퇴한 박순애 전 장관과 같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이었다. 지금까지 역대 60명의 교육 수장 중 최장수 기록을 세운 유은혜 전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와 대학 비전임 교원 경험이 전부였다. 교육부 장관이 교육 관련 전공 교수였던 경우는 지금껏 10명도 안 된다.

윤 정부 들어 검증탈락, 조기사퇴
비교육계 출신 성공한 경우 많아
교육개혁 추진할 적임자 찾아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교육부 장관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어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부총리를 겸하며 교육·사회 및 문화 정책에 관하여 관계 부처를 총괄·조정하게’ 돼 있다. 공식 명칭은 부총리이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로,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 부른다.

사회부총리는 교육·사회 및 문화 관계 장관회의의 의장으로 담당 부처들을 챙겨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1년 국가인적자원개발을 총괄·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교육부총리직이 생겼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총리직이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 때 비경제분야 정책에 대한 효율성과 책무성을 높이겠다며 사회부총리직을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부총리의 업무 리스트에 교육은 전부가 아니라 일부다.

교육부 장관의 가장 큰 특징은 부처 내부 승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역대 60명의 교육부 장관 중 내부 승진으로 장관에 오른 사람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서남수 장관이 유일하다. 그래서 외부 출신 장관과 내부 출신 차관이 팀을 이뤄 장관은 바깥일을, 차관은 내부 살림을 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안병영 전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각각 교육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성공한 장관의 전형이다. 그러나 교수 경력 23년 중 대학 교무처장 경력 2년이 학교 행정과 관련된 직접 경험이었다.

행정학 전공자였지만,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을 무리 없이 집행했고, ‘교육복지’라는 개념을 소개해 교육개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노무현 정부의 EBS 수능 과외도 사교육비를 줄이려던 안 장관의 정책이었다.

1995년 12월 임명된 직후 안병영 장관은 기존 인사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비서실장부터 교체했다. 이후 행정고시 출신들을 교육부 본부로 대거 입성시켜 교육부의 체질을 강화하고 인사를 개혁했다. 그전까지 교육부는 비고시 출신들의 영향력이 강해 고시 출신들은 대학과 중·고교 등 외부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 차관의 도움을 받아 인사 개혁을 단행했고, 그 결과로 전방위적인 5·31 교육개혁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과 차관이 모두 외부 출신인 경우는 사고가 종종 생겼다. 개혁을 내세워 임명 당시부터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현대사 이념 갈등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과도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된 각종 사고를 잉태했다. 개혁만 외치다 망가진 조직을 후임자에게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나 교육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을 가진 것 같다. 한때 교육부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고, 사회 부처의 맏형에게 경제부처 역할을 거듭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도 적임자를 찾기가 매우 힘든 것 같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물론 언론도 산적한 교육 현안을 일거에 해결할 ‘백마 탄 초인’을 바라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금 필요한 사람은 대통령의 마음을 아는 사람도 교육전문가도 아니다. 조직을 추스르고 제대로 된 인사를 단행할 사람이면 될 것 같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시킬 만한 사람이 여럿 보일 것이다. 두 번 실패했다. 사람만 찾다가 벌써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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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