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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尹대통령 겨냥해 ‘절대자’ ‘신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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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절대자’, ‘신군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한 탄원서가 23일 공개됐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서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고,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뇌리의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썼다. ‘절대자’는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는 상황을 ‘신군부 체제’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이 계엄을 확대하고 자신들과 뜻이 다른 정치 지도자에게 사법적 살인을 하고 급기야는 총구를 국민에게까지 겨누는 아픔이 모두 의도된 비상사태 선언에서 시작됐다”며 당의 비대위 전환을 신군부에 빗댔었다.

이 전 대표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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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대표직을 자진 사임할 경우 경찰 수사를 잘 정리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며 “그 제안을 거절한 이후로 발생하는 일련의 내분 상황이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과는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 내용이 한 언론보도로 공개되자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탄원서 내용에 대해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특히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신군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표가 “(주 위원장이)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인다”고 한 데 대해 주 위원장은 “본인 생각으로 전부 재단하고 그러는데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제 대답이었다”며 “‘우리 법률지원단 검토 등에 비춰보니 절차에 하자가 없다’, ‘기각될 걸로 믿는다’ 이게 무슨 법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인가”라고 반박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 전 대표의 탄원서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전날 MBN에 출연해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하면 어떻겠나’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전당대회에 나가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거론하며 “누가 만약 전당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서 타협하자면서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하면 11월쯤 또 뭐가 쑥 나타나서 옆구리 한번 푹 찌르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에 비유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도 않았다”며 “더 이상 나가면 코미디가 된다. 그만 자중했으면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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