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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 열받네"…韓축구 문선민 '관제탑 세리머니'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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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지난 22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 현대-비셀 고베(일본)전. 비셀 고베가 1-2로 뒤진 연장 후반 추가시간 121분 골키퍼까지 코너킥 공격에 가담했다.

전북 골키퍼가 쳐낸 공을 고베 선수가 잡았지만 전북 윙어 문선민(30)이 가로챘다. 문선민은 하프라인 넘어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텅 빈 골문을 향해 정확한 왼발슛을 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50m를 주파해 골을 터트린 손흥민(토트넘)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솔로 플레이로 쐐기골을 넣은 문선민은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방방 뛰며 두 팔을 접었다가 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무표정에 기계적인 동작이 압권이었다. BJ 감스트가 “관제탑 라우러~”라고 들리는 듯한 외국 노래에 맞춰 ‘관제탑 춤’을 췄는데, 문선민이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따라해 자신만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로 발전 시킨 거다. 중계 카메라는 잔인하게 문선민 관제탑 세리머니 후 고베의 사카이 고토쿠가 쓰러져 좌절하는 모습을 잡았다.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tvn 스포츠 중계 캡처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tvn 스포츠 중계 캡처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tvn 스포츠 중계 캡처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진 tvn 스포츠 중계 캡처

독특한 댄스에 일부 일본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비셀 고베 팬들을 비롯한 일본 축구팬들은 요즘 말로 ‘킹받네(킹+열받네, 엄청 화났다)’라는 반응이다. 소셜미디어에 ‘이게 무슨 춤인가?’, ‘아 열받네’란 글을 남겼다. 또 이마가 넓은 문선민을 향해 ‘대머리’란 표현까지 썼다. 일본 도쿄스포츠웹은 “감스트의 ‘관제탑 댄스’에서 유래했지만 도발적인 포즈는 일본 팬들로부터 ‘지저분하다’는 반감이 나왔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팬들은 “일본축구 심장이라 불리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관제탑 세리머니’라니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박지성이 2010년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천천히 달리며 침묵에 빠진 일본 응원단을 바라본 ‘산책 세리머니’를 펼친 적이 있는데, 한 한국팬은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일본에 굴욕이라면, 문선민의 관제탑 세리머니는 능욕”이라고 표현했다. 또 “문선민은 문열사”라며 문선민 골 영상에 애국가를 덧입힌 영상까지 등장했다.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AFP=연합뉴스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AFP=연합뉴스

전북은 25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와 4강전을 치른다. 6만3700명을 수용하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우라와 홈구장이며, 붉은색 유니폼과 깃발을 흔드는 우라와 서포터스는 J리그에서 가장 광적인 팬들로 꼽힌다. 그런데도 문선민은 4강전에서도 골을 넣는다면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전북이 16강전부터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쳐 체력적인 부담이 큰데, ‘조커’ 문선민이 교체 투입돼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문선민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1골-2도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빠른 스피드로 적진으로 돌진해 ‘돌격대장’이라 불리며 2019년과 2021년에 전북 우승에 기여한 바 있다. 100m는 12초대지만, 20~30m 단거리 전력질주가 빠르다. 스피드를 위해 몸무게를  67~68㎏로 조절하고, 체지방은 10%대로 유지했다.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 선발출 전해 2-0 승리에도 기여했다.

전북 현대 돌격대장 문선민(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돌격대장 문선민(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

독특하게 문선민은 유튜브로 축구게임방송 ‘문스타TV’를 운영하고 있다. ‘축구게임 하느라 잠을 못 자서 훈련과 경기에 영향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선민은 “전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이마가 넓은 편인 문선민은 “과거 개그콘서트 ‘마빡이’처럼 손으로 이마를 때리는 세리머니도 생각 중”이라고 말할 만큼 유쾌하다.

문선민은 지난해 FC서울전에서 눈 부위가 찢어졌지만 붕대를 감고 계속 뛰었다. 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태국 원정 때 열이 40도 넘게 오르고도 뛴 적도 있다. 전북이 우라와를 넘는다면 내년 2월 서아시아 팀과 우승을 다툰다. 전북은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대회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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