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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달군 ‘검수원복’ 공방…한동훈 “법 그렇게 만들어놓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넓히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 복원)’ 시행령의 정당성을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한 장관은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검찰청법 개정안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수사권이 축소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고, 정작 그 법 조문을 근거로 한 수사 확대가 정당하다는 건 법 해석 모순이라는 점을 파고들었다.

한동훈, “1년반 동안 부정부패 대응 약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룡 기자.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은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대해 시행령을 마련하게 된 배경을 말해달라”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난 1년 반 동안 확인된 부정부패 대응 약화와 수사지연 등 국민피해를 법률이 정확히 위임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과정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부패·경제범죄에 한정해 범죄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의 이같은 설명은 지난 8월 11일 대통령령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 개정안 입법예고에 행정입법 논란이 불거진 때문이다. 내달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없어질 검찰의 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수사권이 이 시행령으로 상당 부분 되살아났다. 개정 검찰청법 제4조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제한한 ‘부패범죄·경제범죄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세부 범죄를 추가한 결과다.

野, “법 해석 모순”, “가장 나쁜 예” 비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임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시행령을 가지고 수사권을 오히려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만들었다”며 “소위 행정조직 법정주의의 가장 나쁜 예로, 위헌·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75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시행령은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초과했다는 게 근거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의 법 해석이 모순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27일 법무부가 헌재에 낸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를 인용하며 “장관님이 청구인인데, 여기 보면 ’2020년에 이미 6대 범죄 이외 영역에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가 금지됐다. 그리고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이런 직접수사 범위 축소는 더 심화됐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청구 내용을 고려하면 법무부가 개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현행 부패·경제범죄 외에, 정부가 구체적 범위를 정한 ‘중요범죄’가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 법문언상 명백하다”고 한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두 법에 대한 (상반된) 해석론이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法 ‘등’ 써놓고 ‘중’으로 읽어달라니”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뉴시스.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 장관은 “권한쟁의 심판은 그 법률 자체 위헌성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고 시행령은 그런데도 법률이 시행됐을 경우에 대응한 것이기 때문에 로직(논리)이 다르다”며 “변죽만 울리지 마시고,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위임에 어긋나는 것인지 짚어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또 “왜 (부패·경제범죄) ‘중’을 ‘등’으로 바꾸셨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법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게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그걸 ‘중’으로 읽어달라고 말씀하시면 안된다”고도 말했다.

박범계 의원에 대해서도 “2019년 12월 24일 자에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 수정안을 내실 때 바로 박범계 위원님께서 찬성하셨다”며 “찬성하신 내용대로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내용의 시행령을 만든 점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짜 꼼수라면, 위장 탈당이라든가 회기 쪼개기 같은 그런 게 꼼수 아니겠냐”라고 되물었다.

“이원석 40차례 기밀 유출” VS “수사 성공” 공방도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선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특수1부장이었던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간단한 요지 정도 이야기하는 정도라고 하면 양해가 될지 모르지만, 40여 차례 수표추적 결과, 계좌추적 결과, 통화내역, 심지어 진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하기 때문에 수사기밀 유출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그러나 “당연히 기밀 유출이 아니다. 아니니까 (제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제청하지 않았겠냐”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당시 소통한 상대방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담당관”이라며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가 온 것을 수동적으로 설명해준 것에 불과하고 자료를 전달하거나 한 게 아니다. 당시 김 모 판사를 포함해 (피의자) 상당수가 구속돼 성공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만 6개 부서, 전국에 걸치면 거의 1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수사하고 있다”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전 정권 수사’ 관련 지적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 정권 초반 당시 '적폐 수사'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지금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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