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대통령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2022년 고교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우승 트로피는 대전고의 품에 안겼다.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전고는 전주고를 7-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이 대회 왕좌를 되찾아 환호했다.

대통령배는 우승한 개인 또는 팀에게 대통령의 명의로 주는 상배(賞杯), 또는 그 상배를 주는 대회를 일컫는다. 국가원수의 명칭을 타이틀로 쓰는 만큼, 대통령배의 권위와 존재감은 종목을 막론하고 비교 불가다. 축구·야구·배구 등 메이저 스포츠뿐만 아니라 씨름·수영·복싱·경마·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통령배는 공히 가장 주목 받는 대회다.

국제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사례도 있다. 1971년 창설해 1999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다. 명칭은 수차례 바뀌었다.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1971~75)로 시작해 박대통령컵 쟁탈 국제축구대회(1976~79),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1980~1993)를 거쳐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1995~99)로 마감했다.

명칭 변화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따랐지만, 아시아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 축구는 대통령배를 통해 세계 무대를 경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멕시코·크로아티아·에콰도르 등 각국 대표팀뿐만 아니라 에인트호번(네덜란드)·레버쿠젠(독일)·벤피카(포르투갈) 등 유럽 명문 클럽도 출전했다. 대통령배는 한때 메르데카컵(말레이시아)·킹스컵(태국)과 더불어 아시아 3대 축구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는 한국 야구의 젖줄 역할을 했다. 선동열·박용택(이상 은퇴)·추신수(SSG)·강백호(KT) 등 이 대회 MVP 출신들을 비롯해 김시진·이만수·이승엽·이종범(이상 은퇴)·류현진(토론토)·이정후(키움) 등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대통령배를 높이 들며 올해 고교야구 무대를 제패한 대전고 청춘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전주고를 비롯해 나머지 참가 팀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대통령배 타이틀 아래 최선을 다해 도전하며 경험한 땀과 눈물과 좌절, 그리고 환희가 저마다의 선수 인생에 값진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