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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내부총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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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한영익 정치에디터

정치권에서는 당 내부 비판을 종종 ‘내부총질’이란 말로 표현한다. 선거를 앞두고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다. 전쟁을 앞두고 아군을 공격해 전력을 약화한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언급한 메시지 역시 대선 과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의원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지적했을 때 “내부총질”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내부총질 사용 빈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보면 전국 종합일간지·방송3사 뉴스에서 ‘내부총질’이 사용된 건 216건이었는데, 대부분 2016년 이후 사용됐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같은 사람이 내부총질 용어로 비판을 하기도, 받기도 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독일이 사죄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다가, “뒤에서 대표에게 총질한다”(주승용 최고위원)는 비판을 받았다.

8·28 전당대회에서 친명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정 의원은 최근 “사법리스크 운운하면서 내부총질하는 건 동지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공격하는 입장이 됐다. 기소될 경우 당직을 정지하는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당내 비판을 견제하는 발언이었다.

장제원 의원도 2017년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가, 홍준표 당시 대표로부터 “내부총질은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장 의원이 “제 주장은 내부 총질이 아니다”라며 항변하는 일도 있었다.

반대로 2020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안 보인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장 의원은 “당 대표가 이렇게까지 내부총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장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 상황에서도 그를 ‘내부총질러’라며 공격하는 입장에 가깝다.

달라지지 않는 원칙도 있다. 내부총질은 늘 당 주류가 이견을 억누르는 언어였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내부 비판을 입막음해 당이 다원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크다. 양당이 조금 더 내부총질에 관대한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