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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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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총경은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일선 경찰서장으로 나가 수백 명에서 1000여 명의 부하 직원을 지휘한다. 11개 경찰 계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13만2421명 경찰 조직에서 총경은 0.48%인 632명뿐이다.

일선 경찰서장 중에서도 서울 지역 서장은 ‘꽃 중의 꽃’이다. 서울 경찰서장을 지내야 바로 위 계급인 경무관으로 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무관은 ‘경찰의 별’이라고 한다. 31개 서울 경찰관서 중 한 곳에서 서장을 지내고 경찰청 또는 서울경찰청 참모 생활을 하면서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것이 경찰 내부의 승진 ‘룰(rule)’이다. 옛날엔 강남경찰서나 영등포경찰서처럼 일이 많은 곳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부임할 순서가 돌아오면 대부분 거주지와 가까운 곳을 써낸다고 한다.

지난 11일 총경 293명에 대한 상반기 전보 인사가 발표됐다. 총경 인사가 주목받는 건 경무관 승진자 20%를 순경 등 일반 출신으로 채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 때문이다. 그러려면 바로 아래 계급인 총경급부터 경찰대나 간부후보 출신이 아닌 일반 출신이 많아져야 한다. 본 게임은 하반기 총경 승진 인사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총경 아래 계급인 경정은 총 3030명. 이들을 입직별로 분석해보면 일반 출신이 1677명(55.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찰대 852명(28.1%), 간부후보 483명(15.9%), 고시특채 18명(0.6%) 순이다. 총경급으로 가면 경찰대 출신(381명, 60.3%) 비율이 높아지고 일반 출신(85명, 13.4%) 비율은 떨어진다.

총경 승진 인사에선 소속 지방청장의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따르면 총경 이하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지방청장이 승진대상자 명부를 작성한다. 승진심사 기준에도 지방청장의 점수가 포함돼있다. 지방청장 17명 중 경찰대 출신은 12명(70.6%). 비경찰대 출신 고위직에게 물어보면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지난 2일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까지 출범하면서 경정급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말 총경 승진 인사를 향한 본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