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00일 회견 본 전문가들 “이준석 갈등 모른 척…아쉬웠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7 18:09

업데이트 2022.08.18 09:16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기자회견이어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정치 평론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기억에 남거나 임팩트 있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총 54분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에만 20분을 할애했다. 전임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총 65분의 기자회견 중 5분 간 모두발언을 한 뒤 60분 간 질의응답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모두발언이 꽤 긴 편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민생경제, 외교안보, 규제완화와 공공기관 개혁 등 각 분야에 걸친 100일간의 성과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주요 정책부문별로 정부가 해온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좀더 구체적으로 지지율 하락의 원인 분석이나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내용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는 첫째로 기조를 밝혀야 하고, 두번째로 그 정책이 가져올 효과를 밝혀야 한다”며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일자리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이 어떻게 안정되고 실제 주택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대통령 메시지의 잔상효과가 없다. 많은 얘기를 했는데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접촉한 전문가들 중엔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기자회견 제목처럼 국민이 궁금한 것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준 느낌이 있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에 대해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반응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김형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언행에 대해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을 쓴 건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심이 뭔지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어했는데 윤 대통령의 워딩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는 “국민들이 보기엔 애써 모른 척 하는 걸로 보인다. ‘진의는 이런 거였는데 표현이 거칠었다. 송구스럽다’ 같은 해명이 필요했다”며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는데 해명이 부족해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도 중앙일보에 "어쨌든 여당이 국민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면목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면 국민들 반응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내 사적 채용 논란이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선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명확한 해법 제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 노래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런 반성문이 진정성으로 비쳐지면서 지지율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윤 대통령도 최소한 논란이 많았던 대통령실의 문제에 대해 반성의 표현을 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묻고 인적쇄신 방향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계속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종훈 평론가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하겠다는 건 국민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묵 교수는 “직설적인 화법에서 필요할 때는 말을 아끼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돌아가는 등 다소 정치적으로 변화했다. 이런 점이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주변의 무능하고 아부만 하는 인사들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또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100일이 지났고 1725일이 남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